금요일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생중계하는 콘퍼런스에서 마지막 발표를 했는데, 발표에 대한 부담보다도 시간을 쪼개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더 생활에 긴장감을 주었다. 두세 개 일정이 겹치기 일쑤인 데다 일정 사이의 간격도 짧거나 중첩돼 있어 도무지 여유를 찾을 수 없는 생활이다. 그동안 아무리 퇴근이 늦어도 하루 1만 보는 걸었는데 서울로 복귀한 후로는 그것이 힘들다.
걷기 앱을 통해서 보니 1년 평균 걸음이 1만 보에 미치지 못한다. 9,950 보, 어제 걸으면서 본 1년 평균 걸음 수였다. 사실 매일 글을 읽고 쓰겠다는 결심보다 더 힘든 것이 '매일 1만 보 걷기'다. 어제 컨디션이 좋지 못한 몸을 끌고 강변으로 나갔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엔 낮게 드리운 구름, 잠시 구름 뒤에 숨은 해가 있었다. 조용하게 침묵을 지키는 나무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강 건너 아파트 모습까지 딱 담아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