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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l 15. 2023

씨껍데기술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만난 전통술

나리분지에 있는 식당에서 나물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반주로 곁들인 술의 이름이 씨껍데기술이다. 원조는 옥수수엿청주.


 옥수수엿청주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지역 민요인 울릉도 아리랑 노랫말에 등장할 정도로 쌀을 대신해 지난 100년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온 향토 술이다. 쌀이 귀하던 울릉도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해 밥을 지어먹고 막걸리, 청주까지 담가 먹었다.


육지에서 쌀과 소주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진노란 황금색의 토종 옥수수와 옥수수엿청주는 사라져 갔다. 또 다른 이름으로 ‘씨껍데기술’로도 불리는데, 울릉도 어르신들은 예전에 담가 먹던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맛을 기억하며 나리분지에서 소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씨껍데기술


전통 방식은 아니지만 옥수수 알을 훑어내 맷돌이나 분쇄기로 갈아 하룻밤에 물에 불린다. 그다음 옥수수 죽을 쑤어 식힌 뒤 엿기름과 섞어 불을 지펴 3분의 2 가량 남을 정도로 달인다. 이렇게 달인 물을 식힌 뒤 누룩을 첨가하여 술을 담근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열흘이 지나면 술이 완성된다.


단맛이 느껴지면서 순하고 부드럽다. 이놈을 울릉도 특산물인 삼나물, 부지깽이나물, 명이나물을 안주삼아 마시면 좋다. 술을 못하는 나도 한잔을 부담 없이 마셨다. 식사 후에 밖으로 나와 감상하는 나리분지는 편안하고 시원했다. (내용 일부를 울릉도 관리소에서 참고하였다.)


각종 나물과 함께 하는 점심 상, 가운데 있는 것은 나리분지 우산고로쇠물


울릉도는 전역이 경사가 심한 땅으로 평지가 거의 없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가가 매우 높다. 해발 370 미터 내외의 나리분지는 동서로 1.5킬로미터, 남북으로 2킬로미터 정도의 평지이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형성된 칼데라 화구이다. 평지가 부족한 울릉도에서 '개발업자'들에게는 아주 탐이 나는 곳이다. 울릉군수와의 간담회에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막개발로 생태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울릉도의 특색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문하였다.   


나리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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