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담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밖 Sep 16. 2023

세상을 보는 창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초점'에 대한 짧은 이야기

사고(혹은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례를 드는 방법으로 '물리적 실체'를 동원한다. 어쩌면 거의 모든 경우에 그러하다. 마음은 들여다보기가 힘드니 일단 눈에 보이는 것으로 예를 들고 이를 심리적인 것에 갖다 붙이는 방식이다.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이 내 앞에서 정지 신호로 바뀌면,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주목한다. 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정지선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창닦이는 간헐적으로 움직이고 그때마다 풍경이 바뀐다. 엄격하게 말하면 풍경은 그대로인데 내 눈에 보이는 방식이 다르다. 사진을 찍으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창에 초점이 잡히면 맺힌 물방울은 선명하고 바깥 풍경은 흐리다. 반대로 바깥 풍경과 초점이 맞으면 건물과 도로가 똑똑히 보인다. 물리적 실체는 그대로인데 내가 어디를 포커싱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뇌에 찍히는 영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러하다. 나는 어디쯤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늘 미시적 실천을 염두에 두고 있나, 아니면 넓고 일반적인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나. 좋기로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때론 세밀하게, 때론 큰 덩어리 위주로 보는 것이다. 나무와 숲의 비유도 비슷하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고 나무라지만 나무를 보아야 할 순간에  숲만 주목하는 것도 판단을 흐리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보는 창, 프레임이라고도 하고 관점이라고도 다. 편향에 빠지지 않고 늘 균형 잡힌 시선을 갖고 싶은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관점의 목적이 공익보다 사익에 머무를 때는 더 그렇다. 불행하게도 우린 내가 정한 사고틀에 맞추기 위해 종종 세상을 왜곡한다. 이를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읽고, 쓰고, 대화하는 삶이 이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쓰고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다. 결국 모든 해결의 출발지는 지금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 아래 두 장의 물리적 실체가 같은 사진을 찍고나서 떠오른 잡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