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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Mar 05. 2024

봄날은 간다

출근하지 않는 3월을 맞아 이틀을 보냈다. 어제는 서울 근교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 올라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었고, 오전에 좀 걷다가 점심으로 얇은 피자와 샐러드를 곁들여 파스타를 먹고 나서 오후에 또 걸었다. 


거짓말처럼 계절이 바뀐다. '미세먼지 나쁨'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닿는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겨우내 추위를 견디던 나무는 봄볕을 받아 광합성을 할 채비를 마쳤다. 복잡하게 뻗은 잔 가지가 봄바람에 흔들린다. 곧 물이 올라 눈을 틔우고 어떤 놈은  꽃망울부터, 어떤 놈은 연두색 이파리를 밀어낼 것이다.


느릿하게 걸으면서 생각하기를, '봄날이 간다'라는 노래도, 영화도 있었지. 어찌 계절만 봄날이 있겠느냐. 무릇 봄날이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전성기가 아닌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창창하여 거칠 것이 없었던 시간이 바로 봄날이라면, 그 봄날은 나에겐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봄날은 간다'라고 안타까워할 것도 없다. 


오는 봄날 막지 않고 가는 봄날 잡지 않는다. 


어느 봄날, 갤럭시S23+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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