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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Mar 08. 2024

남는 게 시간뿐인 자의
문화 취향에 맞는 장소

아트북 기반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 다녀온 이야기

'서울아트책보고'에는 세상 모든 미술책을 모아 두었다. 고척 스카이돔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넓은 책보고엔 디자인부터 회화, 미술사, 생활미술에 관한 온갖 자료들을 정리해 놓았다. 도서관 기능을 겸하고 있어 누구나 무료로 읽어볼 수 있다. 편안하게 자료를 볼 수 있는 테이블과 소파도 마련돼 있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면 올 수 있는 곳인데도 자주 와보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도시에서 오신 정식 미술 선생님이(1학년 때는 수학 선생님이 상치로 가르쳤음) 새 학기 첫 미술 시간에 고흐의 큰 화집을 들고 들어왔다. 한 장씩 넘기면서 그림을 설명해 주는데 그만 '붉은 옷을 입은 병정(주아브 병사)'에 눈길이 꽂혔다. 


주아브 병사, 고흐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와 같이 많이 알려진 작품보다 주아브 병사가 두른 붉은 스커트의 강렬한 채색, 굳은 표정과 거친 손이 금방 책 밖으로 뛰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을까. 나중에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니 당시 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심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글을 쓰는 작가나 그림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그림은 좋아하기만 했지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찍 접었다. 재능도 없었고 감식안도 부족했다. 마흔 살 이후 얼치기 작가 소릴 듣긴 하지만 타인의 인정보다 나 스스로의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라 졸저 몇 권 가지고 작가연하는 것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다시 미술 이야기를 하자면, 내 서식처 근처에 이런 문화센터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둘러보니 원서도 꽤 많고, 희귀본이나 큰 화집도 꽤 있던데... 우리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길 찾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 우선 시설과 콘텐츠가 좋으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시만들의 예술적 소양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아트책보고 

다만, 이 장소를 기획한 그 누군가에게 경외심이 생긴다. 용기가 필요했을 일이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들을 부단히 설득하여 탄생한 공간이라는 것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미술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찾을 수 있는 교육 컨셉을 더한 이런 공간은 그동안 보지 못했다. 구석 자리도 많아서 장시간 틀어박혀 미술책이나 화집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내겐 좋다. 


서울아트책보고 안내도


아마 다음 주쯤에 또 찾게 될 것이다. 이곳은 서울 서남부에 있는 야구장 고척 스카이돔 지하 1층에 있는 '서울아트책보고'라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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