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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21. 2019

당신만의 글쓰기 비법

좋은 글은 일상의 사소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서 나온다

1
시원하게 말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매사에 말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을 꽤 자주 실감한다.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하겠지만, 지르는 것보단 절제해야 할 시간이 더 많다.  


2
교사의 전문성 구성 요인을 세 가지로 제안했었다. <서울특별시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 총론은 이 세 가지를 서울교사 전문성 기준으로 명기하고 있다. 간략하게 제목만 적어 보면


- 교육과정 설계 및 실행 역량
- 공동체 생성 및 유지, 발전 능력
-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는 역량


3
교사는 이러한 전문성을 어떻게 '발현'할까. 교사의 말과 글, 행위에 전문성이 녹아든다. 그가 하는 말과 쓰는 글에서 전문성이 드러난다. 단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즉, 말만 잘하고,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소양과 안목, 경험과 지식이 말과 글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말하기, 글쓰기 연습으로 전문성을 신장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가 살아온 경험과 행하는 실천이 전문성의 밑천이다.


4
사실 난 진지함을 추구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종종 내 글을 보고 그렇게 여기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나와 관계를 맺어 본 분들은 내 삶의 태도가 '유머와 낙관'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내 상징처럼 돼 있는 '평온한 인내' 역시 유머와 낙관을 기본으로 한다. 내 그런 태도는 교직 평생 동안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크게 영향을 주었다.


5
지금도 오랜 제자들이 나와 의사소통할 때 경계심이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라 때로 무시하고, 충고한다. 물론 애정 어린 무시와 충고다. 이제 그들도 40대 후반에 이르러 세상 물정에 밝고, 어떤 측면에선 나보다 훨씬 아는 것도 많고, 경험도 많다. 그러나 그들과 나의 시간은 옛날 학창 시절에 많은 부분 머물러 있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친구처럼 지냈다. 물론 나는 엄할 때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제자들은 엄한 것이 아니라 웃겼다고 추억한다.


6
그 관계들의 매개는 대체로 '말과 글'이었다. 가끔 제자들을 만나면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어쩌고...' 이런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샘 그때 진짜 웃겼는데...' 이런 말이 더 많다. 그러나 알고 있다. '당신의 가르침으로 내가 이렇게 성장하고 어쩌고'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샘 그때 정말 웃겼는데...'라는 말속에는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존경을 담고 있다.


7
말은 듣는 자를 향해, 글은 독자를 향해 존중을 담아야 한다. 심지어 적과 상대할 때에도 그것이 진검승부가 되기 위해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멋지게 이기거나 지는 그 행위 속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진짜 승부가 아니다.


8
매년 이맘때 '글쓰기 특강'을 한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과정이라기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과정이다. 작년 이 과정에서는 발표할 때 일종의 '자기 직면'이 와서 서로 숙연해지고 격려했던 적이 있다. 18시간이 주어지는데 처음 3시간에 개요 강의, 12시간 동안 자신의 글쓰기, 마지막 3시간에 발표와 소감 나누기가 있다.


9
강좌를 준비하면서 과잉 진지함에 빠지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좋다는 글쓰기 교본들이 한결 같이 '당신이 먼저 치열하게 살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라거나 '삶이 곧 글이다'라는 엄청난 지침을 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소개는 하지만 그대로 따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10
엄청나게 멋진 삶을 살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은 삶의 표현이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 삶이 지리멸렬하고 보잘것없다고 실망하지 말라. 좋은 글은 '일상의 사소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서 나온다. 당신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정직하게' 글로 옮길 수 있다면 그게 당신만의 글쓰기 비법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prdaily.com/9-steps-to-improve-your-pr-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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