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our choices
일을 왜 (다시) 하려고 하시나요?
위커넥트 커넥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후보자들과 전화 인터뷰를 합니다. 저희는 ‘커넥트콜’이라고 부르는데요, 후보자들로부터 어떤 정보나 답을 얻기 위함보다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에는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려는 목적이 큽니다. 물론, 후보자의 상황을 몇가지 케이스로 구분해 질문리스트를 따로 마련해두긴 했죠. 전화 인터뷰를 할 때마다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일을 왜 (다시) 하려고 하시나요?” 입니다.
위커넥트는 그 일의 의미를 성장, 돈, 워라밸, 동료, 가치 등을 예시로 들며 후보자만의 이유를 묻습니다. 우리는 일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이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일을 선택하고 해나가는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고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거죠.
며칠 전, 동료가 공유해준 한 아티클을 읽었는데요. 미국의 한 데이터 과학자(Henrik Lindberg)가 미국 노동통계국의 설문을 토대로 아이가 없는 성인의 시간 사용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시간 사용을 비교했습니다. 출산 직후의 미국 여성들은 아이가 없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시간을 육아에 몰두합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은 커녕 독서, 영화보기, 게임과 같은 취미부터 친구를 만나는 시간까지 줄이거나 아예 포기해야 하죠.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요? 그렇다면 ‘16년’, 이 숫자는 어떠세요? 출산과 육아 때문에 달라졌던 부모의 시간 사용이 아이가 없는 사람들과 거의 비슷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즉, 다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는데 16년이 걸린다는 의미죠.
육아와 출산만 우리의 시간과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건 아닙니다, 일도 마찬가지죠. 미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 Quartz>의 부편집장 새라 케슬러(Sarah Kessler)가 쓴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Gigged: The end of the Job and the Future of Work)’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풀타임 직업은 자녀 양육에만 지장을 주는 게 아니라 취미, 봉사 활동, 자기계발의 기회마저 앗아가기 일쑤다. 특히 자기계발은 기술 발전에 맞춰 그와 관련된 능력을 갖춰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날로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중략) 2011~2015년 갤럽 연례 조사에서 미국 노동자 중 약 70퍼센트가 직장에서 열의를 못 느낀다고 대답했다.”
현대인은 '시간 빈곤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풀타임으로 육아냐 직업이냐, 무엇을 선택하든 생산성과 효율은 둘째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죠. 이런 상황에서 일의 의미를 추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글쎄요, 삶의 어떤 순간들은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황과 환경이 만드는 파도에 몸이 던져야만 한다면 그리고 이런 현실을 피할 수 없다면, 이건 어떨까요? 시간을 비롯한 환경에 내 삶을 바꿀 주도권을 넘기는 대신 내가 선택하는거에요! 풀타임으로 육아를 하든 일을 하든, 내가 가장 나답게 풍성하게 살 수 있는 세팅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부족한 시간을 디폴트로 두고, 뭐든 완벽하게 잘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내려두고, 지금 이 상황과 패턴에서 최선인 것들을 조합해보는 거죠. 잠깐 아이에 집중할 수도 있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도 있고요. 언제든 무엇이든 넘침과 모자람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때 그때의 배움을 토대로 변화를 주고 그 실험 결과로 더 나은 다음을 모색하면 된다고 여유있는 마음을 갖는거에요. 워라밸은 지금 이 순간의 절대적인 비율 또는 조화가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나의 상태와 상황에 맞춰 조율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얼마 전부터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말한 "We are our choices"를 프로필 문구로 쓰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현재는 우리가 과거에 한 선택의 결과라면, 저는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제 손에 쥐어볼래요. 일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김미진 | 위커넥트 대표
여성과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더 많은 프로페셔널 여성들이 리더가 되길 욕망합니다. 서로의 일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느슨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관심이 많고, 언젠가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러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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