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econnect Feb 25. 2020

원격근무, 결국 신뢰의 문제

#대표로서동료를 #일하는사람으로서스스로를 #믿느냐그렇지못하느냐


그런데도 회사가 잘 돌아가냐고요? 네, 잘 돌아갑니다.







이번 한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결정한 회사들이 여럿 보입니다. 위커넥트도 일주일간 자율적으로 오피스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연기 또는 취소가 어려운 업무가 있는데 강제로 모두가 원격근무를 할 수는 없으니 각자의 컨디션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죠. (실은 제가 사무실에 나와야 할 일이 있어 그렇게 정한 것이기도 해요, 하하)



일주일간 자율 오피스를 결정한 시점은 지난 일요일 저녁 8시 47분입니다. 정적 순간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개학 연기 발표였어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저희 멤버는 방과후도 학원도 모두 취소되었으니 집에 혼자 두거나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지금 이 시점에 옵션은 재택밖에 없었죠. 사실 요며칠간 한시적 전원 원격근무에 대해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어쩐지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졌어요, 심지어 위커넥트는 6명 중 4명이 원격근무를 섞어서 일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왜였을까요? 저는 왜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망설였을까요?



아마도 그건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일거예요. 저 스스로와 동료들이 일주일 이상 원격근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모두가 장기간 떨어져 일해도 높은 생산성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혹시나 원격근무의 경험이 앞으로 일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있을까. 네, 결국은 신뢰의 문제였습니다. 대표로서 동료를, 일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믿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많은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 저와 비슷한 고민과 의심으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우시리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일하면 다들 일하는 척 하고 노는 것 아니냐, 편하게 있으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겠냐, 얼굴보고 일을 안하면 일이 잘 돌아가겠냐 등등. 앞서 위커넥트는 원격근무를 오래 도입해오고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와 공동창업한 유진님은 세종시에 살아서 일주일에 3일만 서울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원격으로 일합니다. 운영매니저 수연님과 개발자 부경님은 주간 회의가 있는 월요일에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머지 4일은 원격을 하죠. 다른 리쿠르팅 매니저와 디자이너도 출퇴근이 왕복 3시간이 걸려 일주일에 1일 이상 원격근무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도 회사가 잘 돌아가냐고요? 네, 잘 돌아갑니다. 왜냐면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원격근무를 하면 당연히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오버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저희팀 슬랙은 주중에는 거의 미스터트롯 볼 때의 저희 엄마와 이모들 단톡방 수준이에요. 원격근무를 하는 구성원 스스로는 자신에게 가장 생산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고 자극이 없으니 텐션이 떨어지기 일쑤고, 하지만 본인의 퍼포먼스를 잘 드러내야 신뢰를 유지할 수 있으니 함께 있을 때보다 일의 결과(양과 질 모두)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자칫 집중이 잘 되는 날에는 서너시간을 한자리에 앉아있거나 식사를 거르게 되어서 건강을 상하게 만들기도 하죠. 결정적으로, 혼자 일하다보면 정말 외롭습니다, 좋은건 하루 이틀이에요. 그래서 원격근무는 규율 위에 놓인 자율을 깊이 이해하고 체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잘 해내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렇다면 위커넥트의 구성원은 어떻게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느냐,
저희의 꿀팁 몇가지를 공개합니다.



1. 먼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자주, 확실히, 철저히 합니다. 모든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는 확인해야하고, 보냈는데도 확인 안했다면 그건 받은 사람이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무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요.



2. 화~목 오전 10시에는 '데일리 스탠드업'이라는 이름으로 다함께 슬랙콜을 합니다. 오늘의 기분 상태와 가장 중요한 일이나 스케줄을 공유해요. 최소 하루에 한번은 목소리라도 듣자는 거죠.



3. 오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슬랙콜을 켜둔채 일을 합니다, 저희는 이걸 ‘콜콜’이라고 불러요. 각자의 장소에서 일하다가 생각나는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고, 떨어져있지만 함께 일하는 느낌적 느낌을 갖는거죠. (참고로 저는 미팅이 많아 콜콜에 자주 못들어가는데 그때마다 엄청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알아서 척척척 실현해내는 케이스가 많이 생겼습니다. 역시 대표는 자리에 없어야…)



4. 각자 자신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루틴을 만들고, 집에서만 오래 일하기보다는 일하기 좋은 스팟 여러개를 만들어둡니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수연님과 세종에 있는 유진님은 종종 만나서 일하고요.



5. 오히려 구성원들이 모두 떠난 오피스에 자주 홀로 남아있는 제가 외로울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업무와 관계없이 그냥 서로의 안부를 묻는 ‘케어콜’을 합니다. 대표는 이렇게 외로운 것인가요?



이와중에 원격근무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분야나 직무가 있습니다. 물리적 거점을 두고 하는 비즈니스가 대부분 그런데요, 카페나 식당, 은행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위커넥트가 입주한 카우앤독의 커뮤니티 매니저도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 힘들죠. 하지만 가능하다면 구성원의 리프레쉬를 위해서라도,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원격근무를 적극 고민해보시길 제안드려요. 




무엇보다도 생산성을 확인하는 실험이 아니라

구성원과의 신뢰를 쌓기 위한 실천이라고 관점을 바꿔보면 더 좋겠죠?










김미진 | 위커넥트 대표

여성과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더 많은 프로페셔널 여성들이 리더가 되길 욕망합니다. 서로의 일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느슨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관심이 많고, 언젠가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러너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위커넥트에!


https://weconnect.kr/posts


매거진의 이전글 퍼스널 브랜딩의 첫 단계, 잠든 소셜 미디어 깨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