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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Aug 03. 2021

3년이 지나고서야, 밤이 무뎌졌다.

컨셉진스쿨- 8월 에세이 프로젝트 #2. 수면

나는 베개에 머리를 묻으면 그대로 잠이 드는 사람이다. 종일 바깥에서 에너지를 쏟고 와서 그런지 잠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만, 워낙 올빼미라 잠이 들기 싫어서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새벽을 허비할 뿐.


그러던 내가 엄마를 떠나보낸 후 한 동안 밤이 버거웠다. 함께하던 공간에 홀로 있다는 것이 괴로운 것인지, 아니면 무서운 것인지. 그 묘한 감정의 답은 지금도 정의 내리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불을 끄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나의 밤은 온 방안의 불을 켜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장례식이 끝난 직후에는 하루 꼬박 잘 잤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고 10개월가량을 나름 긴장했었나 보다. 병원에서 선잠을 자거나 새벽에 갑자기 응급실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무렵, 엄마의 시간이 멈췄다. 그렇게 멈춘 시계 자락을 붙들고 나도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동생이 깨우지 않았으면 한 이틀은 더 잘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많이 무뎌졌다. 살아가야 하기에, 잘 살아내고 있다. 환하게 불을 켜놓지 않아도 잠들 수 있다. 달콤한 음악을 듣거나, 재미있는 예능을 보면서 깔깔 거리며 웃다 잠들 때도 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인 듯하다.


가끔은 꿈에 엄마가 나온다. 동생에게는 홀가분하게 '여행 다닌다'라고 했다던데, 아직 내 꿈속에서의 엄마는 잔소리 폭격기다. 여전히 내가 못 미더운 듯하다. 그렇게 엄마를 만나고 잠에서 깨면, 현실이 조금 멀어져 있다. 방문을 열고 엄마가 들어올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꿈에서 엄마가 또 아플 때도 있다. 마지막 엄마가 떠나던 그 순간이 다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럴 땐 일어나 한참을 울다가 지쳐 잠에 든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게 되는 시간, 온몸에 근육이 늘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질 그 시간이 되어야만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그 때야 내 마음의 세포들이 나를 엄마 기억 저장고에 데려다 놓는다. 오늘은 볼 수 있으려나. 작은 기대를 이불 삼아 슬슬 잠을 청해 본다.


컨셉진스쿨 - 8월 에세이 프로젝트 https://conschool.imweb.me/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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