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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Aug 04. 2021

내 인생 첫 도둑질

컨셉진스쿨-8월 에세이 프로젝트 #3. 자존심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이었나. 코카콜라 맛이 나는 쭈쭈바를 입에 물고 집을 들어섰던 그날.


엄마는 나에게 용돈을 준 기억이 없는데 돈이 어디서 나 쭈쭈바를 사 먹은 거냐고 물었다. 그때 내가 먹던 그 제품은 300원 정도였나. 새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것보다 100원이 비쌌다. 먹고 싶다고 몇 번을 졸라도 사주지 않았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엄마에게 궁금하냐고 물었다. 애교를 피우며 장난을 치는 딸을 보며 엄마가 웃어 보이자 긴장이 풀린 난 이야기했다.


이거 그냥 가게에서 가져온 거야

사건의 전말을 이러했다. 조금은 대범했던 친구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 먹는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 친구는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그러고서는 동네 슈퍼로 데려갔다. 당시 동네 슈퍼들은 좁아서 아이스크림 냉장고는 모두 건물 밖에 있었다. 즉, 주인이 손님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밖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알 수 없다. CCTV도 많이 없던 시절이라 주변에 사람만 없으면 완전 범죄가 가능했다. 친구는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주 잽싸게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너도 해봐"


엄마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에게 조용히 따라 나오라고 했다. 나가는 동안 엄마는 말이 없었다. 가는 길을 보니 목적지는 그 슈퍼다. 난 다급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진짜 아줌마 몰라. 그냥 먹어도 된다니까! 00은 맨날 먹는대


슈퍼 앞에 도착해보니 마침 주인아줌마가 입구에 서 계셨다. 엄마는 도착하자마자 아줌마에게 허리를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를 잘못 가르쳤다고 말이다. 주인아줌마가 괜찮다고, 애들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도 엄마는 계속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도둑질 사건이 끝났다. 다행히도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 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맞았으면 싶었다. 차라리 엄마가 화를 냈으면 싶었다. 어린 나이에도 미세한 공기의 변화를 느꼈던 것 같다. 


아직 나는 엄마처럼 '엄마'가 되지는 못했지만 어른이 되니 그 순간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의 배신, 그리고 어리석은 자식을 위해 엄마가 버려야 했던 마음. 엄마가 감당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 그게 내가 지금도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이유일 거다.


컨셉진스쿨 - 8월 에세이 프로젝트 https://conschool.imweb.me/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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