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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Aug 09. 2021

엄마의 '꿈'

컨셉진스쿨-8월 에세이 프로젝트 #4. 꿈

엄마의 꿈은 뭐였을까? 한 번도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냥 엄마는 우리 남매가 잘 살길 바랐던 것 같다. 우리를 위해서 그 힘든 새벽장을 보러 다녔고, 우리를 위해 주말도 없이 가게에서 일을 했고, 또 우리를 위해서 기죽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그건 다 엄마라는 책임감 때문에 했었을 텐데, 경제적으로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 것일 텐데.


초등학교 시절 엄마는 학교 대표 육상선수였다고 했다. 작은 외삼촌이 당시 지역을 대표하는 농구선수로 유명했었는데, 달리기 잘하는 동생이 있다며 운동 남매로 동네에서 이름 꽤나 날렸다고. 그 흔한 상장이나 트로피도 없어서 엄마 말을 100프로 믿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엄마 가게에 온 손님이 작은 외삼촌의 동창인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이 모든 일화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아저씨가 대단했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알게 됐다. 학교를 나오지 않게돼 학교에서도 안타까워했다고. 그럼 엄마의 꿈은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었을까?


엄마가 그렇게 말한 적은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봤으면 좋았겠다고. 나이가 들어서 가족들과 모여서 명절을 보내고, 다 같이 주말에 여행을 다니고, 가끔 안부를 묻더라도 어딘가에 가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쩌면 엄마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꿈을 그리는 것조차 꿈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씩 곱씹을수록 외로웠던 엄마의 나날들이 가슴에 콕 박힌다. 다음 생에도 나의 엄마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오늘부터 나도 꿈이 하나 생겼다. 다음 생에 꼭 엄마의 엄마가 되어서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어디든 함께 가주는 그런 엄마.


가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가져서 벅차고, 또 누군가는 그 흔한 것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하고. 그것 또한 이유가 있고, 뜻이 있을 테지만 그게 왜 우리 엄마여야 했을까. 적어도 당신의 시간이라도 넉넉히 주어 그 모든 것들을 이뤄보고 떠나기 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엄마의 꿈은, 진짜 꿈은, 무엇이었을까. 언젠가는 꼭 듣고 싶다. 엄마의 꿈 이야기를. 


컨셉진스쿨 - 8월 에세이 프로젝트 https://conschool.imweb.me/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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