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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Aug 09. 2021

난 진짜 다 괜찮아

컨셉진스쿨-8월 에세이 프로젝트 #6. 거짓말

엄마가 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하면서 병원을 자주 갔다. 항암치료를 받거나, 몸이 좋지 않아서 입원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내가 함께 있었다. 휴가를 쓰거나 혹은 주말을 껴서 되도록 보호자인 내가 옆에 있도록 했다.


가족 중에 아픈 환자가 있거나, 보호자로 병원을 다녀 본 사람은 아마 알 거다. 병원의 밤이 주는 우울함과 적막감. 유독 갑자기 마음이 시리고 쓰리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이유는 각자 조금씩 다를 테지만, 나는 엄마가 평온하게 잠을 청할 때 제일 그랬다. 아파할 때는 진통제 체크하느라, 엄마가 잠을 못 잘 때는 같이 뒤척이느라 여유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데 가끔 아무 고통도 걱정도 없이 잠을 잘 때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온갖 생각에 잠 못 이룬다. 


그럴 때에는 병원 복도에 마련된 소파에 가서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거나, 정원에 내려가 잠시 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온다. 보통 그 끝은 혼자 펑펑 우는 것으로 끝난다. 눈이 퉁퉁 부어서 바로 돌아갈 수 없으니 화장실에서 세수를 힘껏 하고 병실에 가면 엄마가 깨서 기다린다. 보호자 침대가 불편해서 못 자는 거냐고, 내일은 집에 들어가서 자라는 말에 웃으면서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시키고 왔다고 한다.


불을 켤 수 없으니 엄마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냥 내가 웃으면서 하는 작은 거짓말에 엄마의 걱정이 조금 덜어질 수 있길 바랬다. 엄마도 내가 저녁을 소화시키고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말 한마디에 다행을 느꼈으리라. 그렇게 오고 가는 거짓의 말속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 위로를 하며 버텼었다. 그랬었다.


가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이제 힘들지 않은 거냐고. 사실 지금도 매일 밤 울면서 밤을 지새운 적도 많다. 갑자기 버스를 타다가, 산책을 하다가, 별을 보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불현듯 울컥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아야 한다. 나의 슬픔이 불편을 만들면 안 되니까. 그때 엄마에게 했던 것처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


컨셉진스쿨 - 8월 에세이 프로젝트 https://conschool.imweb.me/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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