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일 Dec 10. 2020

콘텐츠 플랫폼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왓챠 플레이에 들어온 해리포터로 보는 콘텐츠 파워

(첨부된 GIF와 JPG는 모두 보도자료 내 자료 및 별도 기재한 출처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12월 1일, 왓챠 플레이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이 공개되었다. 원작 소설의 애독자이자,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볼 정도로 '해리포터'에 진심인 필자는 곧장 왓챠 플레이 결제했다. 필자는 그동안 웨이브, 티빙은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번갈아서 구독하고, 넷플릭스만 꾸준히 결제해왔다. 예능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기 하는 용도로 OTT를 주로  사용해왔기에, 영화 위주의 느낌이 강한 왓챠 플레이는 필자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포터 작품 공개는 주저 없이 왓챠 플레이(이하 '왓챠')를 구독하게 만들었다. 왓챠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만 본다고 하더라도, '해리포터에 진심인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만약 포털사이트(네이버)에 해리포터 다시 보기를 검색한다면,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편당 5천 원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편당 1300원을 지불하면 2일 내 보는 조건으로 대여도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지도 가격대는 비슷하다. 3일 대여 시 1320원에 소장 시 편당 4950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가 총 8 작품이니, 대여 용도로만 계산해도 104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왓챠의 베이직 이용권이 7900원이니, 금액적으로 무조건 이득인 셈이다.


비용 측면뿐 만이 아니라, 왓챠는 해리포터 팬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통해 '왓챠를 구독해야 할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12월 1일 해리포터 시리즈 공개 전후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부분들인데, '개발자가 프로그램 안에 몰래 숨겨둔 재미있는 기능'을 의미하는 이스터 에그를 5가지나 숨겨 두었다. 현재 많이 알려진 것들로는 3가지 정도가 있는데, 해리포터에 진심인 사람들의 덕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스터에그 2가지는 스포일러인 관계로, 기사에서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본 글에서도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첫번째로는,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불빛을 비추는 주문인 '루모스' 마법 기능이다. 검색창에 '루모스'라고 치면 실제 루모스 주문을 외운 것처럼 지팡이의 끝(마우스)에서 불빛이 나와 어둠을 비추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PC버전(웹)에서만 가능한 기능으로, 실제로 '루모스'가 불빛을 비추는 주문이라는 '덕후들만 아는' 부분을 활용함으로써 팬들을 과몰입하게 만들었다.


해리포터 원작 소설의 마법 주문 '루모스' 검색 시 나오는 화면


두번째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핵심 인물 '볼드모트' 검색 기능이다. 왓챠에 접속해 '볼드모트'를 검색창에 치면, 진동과 동시에 '이름을 불러선 안 돼!' 라는 문장으로 검색어가 변경된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볼드모트'는 해리포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어둠의 마법을 쓰는 마법사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그 자'로 불린다. 그 자를 '볼드모트'라고 칭하는 것은 대단히 용기있는 사람(주로 해리와 친구들)들만 할 수 있는 행위처럼 여겨질 정도로, 해리포터 세계관 내 마법사들간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다. 이것 역시 해리포터에 관심 많은 이용자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부분으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간의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해리포터에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그 자'로 칭해지는 볼드모트 검색 시 나오는 화면


마지막, 세번째로는 '골든 스니치' 기능이다. 해리포터 작품의 재생 화면에 접속하면, 오른쪽 상단 근처 중간 부분에 금색 공이 날개를 펄럭거린다. 해당 공을 터치하면, 어지러울 정도로 화면을 날아다녀 잡기 위해 몇 번이고 화면을 터치하게 만든다. 이 공을 '골든 스니치'라고 한다.


'골든 스니치'란 해리포터 세계관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퀴디치'의 승패를 가리는 중요한 공을 말한다. 스니치를 잡는 순간 경기가 종료되며, 잡기가 매우 어려워 단번에 150점을 득점할 수 있다. 퀴디치 경기에서 수색꾼(seeker)만이 스니치를 잡을 수 있으며, 해리포터가 그 수색꾼 역할을 담당했기에 소설과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


스포일러지만, 마지막 편에서 스니치가 세계관을 총괄하는 상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첫 편인 '마법사의 돌'에서부터 주인공 해리 주변에서 꾸준히 등장했기 때문에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핵심 심볼로 여겨진다.


해리포터 작품의 재생 화면에 들어가면 '스니치'가 날아다닌다.


이러한 이스터에그가 몇 이용자들에게 발각(?)되면서 왓챠에 해리포터 시리즈가 공개된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왓챠 측에서 트위터에 진행한 #헐왓챠에_해리포터 해시태그 프로모션과 맞물려, 12월 1일 당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해리포터가 오르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진행했던 프로모션 (출처:트위터)


그 결과 , 12월 1일 왓챠의 영화 순위 1~8위는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이 차지했다. 작품이 개봉된 순서대로 1~8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이용자들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첫 편부터 정주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월 1일 왓챠 플레이 인기 콘텐츠 순위




서두에 언급했던 대로, 필자 역시 해리포터를 보려고 왓챠 이용권을 결제했다. 그 덕에 음으로 왓챠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왓챠는 처음 계정 등록할 때 내 취향의 작품을 최소 10개 이상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개인 맞춤 추천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다른 곳과 달리 이용자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이터 수집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용자의 이용 기록이 쌓일 때 까지 랜덤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취향을 바탕으로 정확성과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브랜드 캐치프레이즈인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와 일맥상통하는 듯 했다. 


본래 왓챠 결제 목적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용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보며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본 후에 어떤 것을 볼 지 찾아보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왓챠는 이번 해리포터 공개와 함께 상당히 많은 수의 신규 구독자 및 잠재 구독자들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적어도 해리포터 시리즈 단독 공개에 투자한 금액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해리포터 콘텐츠로 유입되었지만 해리포터를 다 본 후 얼마나 오래 왓챠를 구독하게 될 지, 혹은 다른 OTT를 해지하고 왓챠만 이용하게 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신규 유입된 구독자의 상당수가 1달 정도만 구독하고 이탈하더라도, 아무리 이용권을 할인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도 구독하지 않던 신규 구독자들을 확보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일 것이다.




왓챠의 8월 기준 MAU(월간활성이용자)는 99만명으로, 국내 OTT 시장 내 6위를 차지했다. 현재는 넷플릭스,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보유한 웨이브, CJ E&M/JTBC 콘텐츠를 보유한 티빙보다 다소 적은 이용자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9월에 일본 OTT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 홈쇼핑에서 구독권을 판매해 성공적으로 딜을 마치기도 했다. 앱을 다운로드 후 직접 결제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은 고객 연령 다각화 및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함으로 보인다. 특히 왓챠 이용자 중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 보니, 다소 높은 연령대의 고객 확보가 필요해 홈쇼핑이라는 채널을 선택한 듯 하다.


홈쇼핑 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입점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사견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은 비교적 저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함이 아닐까 예상된다. 가장 저렴한 이용권인 베이직 이용권이 월 7900원인데,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독형 서비스의 핵심인 '지속 결제 유도(구독자가 해지하기 전까지 자동결제)'와는 달리, 1개월/3개월/6개월/12개월로 판매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앱을 이용하지 않는데도 계속 자동결제로 인해 비용을 지불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상품같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 판매 채널 다각화와 콘텐츠에 특화된 이스터에그 제작 등 왓챠의 마케팅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소위 SA급 작품을 공개할 시 다른 OTT 및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왓챠가 한 방식대로 할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 안 할 것 같다.)


더불어 왓챠에서 해리포터 공개 이후 포털사이트 내 실시간 검색어에 '해리포터'가 오른 것이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며 콘텐츠 플랫폼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결국 좋은 콘텐츠의 확보콘텐츠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달린 것이라고 느꼈다. 다양한 시도들과 좋은 콘텐츠가 만난다면 그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그게 왓챠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비록 필자도 왓챠를 구독한지는 2주일이 채 안 지났지만, 더욱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판매 채널 다변화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토종 OTT로서 앞으로도 더욱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찾아주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