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판사 대표님을 통해 메일을 받았다.
국악방송 라디오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의 메인작가님으로부터 온 섭외 연락이었다. 힘든 인생길에 때로 누군가 함께 걸어주면 좋겠다고 느낄 때 청취자 옆에서 함께 걷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기획된 코너로, 작가의 사유가 담길 글을 발췌 낭독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청취자와 나누는 시간이라고 했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 빠짐없이 무척 정중했다. 오히려 국악방송의 그 프로그램과 코너를 알지 못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섭외에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후 보내주신 원고를 보고는 얼마나 놀랐던지. 책을 휘리릭 넘겨서는 나올 수 없는 원고였기에 꼼꼼하게 읽어주신 것이 느껴져서였고, 이 정도 분량의 얘기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서였다. 물론 두렵다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감사한 마음만 갖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수밖에.
그리고 녹음 당일인 어제, 잠시 쉬어가는 중이신 출판사 대표님이 대구에서 올라와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셨다.
분명 떨리는 마음으로 녹음이 시작되었는데 어느새 나는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녹음이 빨리 끝났다고 느껴지는 걸 보니 그 시간을 조금은 즐겼던 것도 같다. 녹음이 끝나고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 떠올라 아쉽기도 했고.
나처럼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얼마 없다. 아니, 거의 드물다고 해도 무방할 테다. 그러니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 책에 대해 이다지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감히 할 수나 있었을까. 나오는 길에 제작진분들께서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오히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 한 톨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어젯밤, 각자의 자리에서 수고한 우리를 격려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남편이 불을 끄며 말했다.
"오늘 하루 복기 잘해, 너에겐 소중한 기억일 테니까."
라디오 녹음 중 마지막으로 했던 인사말이 떠올랐다. 나의 이야기가 청취자분들께 어떻게 가닿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덕분에 무척이나 행복했다는 말이었다. 남편의 말이 행복한 하루를 완벽하게 완성시켜줄 마지막 점을 찍어준 듯했다. 그렇게 소중한 하루, 다시는 없을 것 같아 아쉽고 그래서 더욱 다시 마주하고 싶을 만큼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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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토요일 11시 ~ 12시 FM라디오 99.1을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