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
혼자 조용히 아버지께 다녀온 날이었다. 유골함 옆에 놓인 사진 속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그 사이 나는 책이 나왔고, 조카 건이는 제대를 했으며, 엄마는 힘들어는 해도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웃는 모습보다 더 크고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오히려 나는 조금 울었던가. 다음에 찾아올 때는 또 새롭고 더 좋은 소식을 들고 오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셨다.
집으로 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이게 무슨 일이죠 작가님"
교보문고에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에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일부 매장에 한 달가량 나의 '날들이'가 소개될 것이라고.
이미 오전엔 아직 공개하지 않은 다른 소식을 들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연달아 들려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현실감이 떨어졌다. 전날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으려 그랬나 보다' 하고 눙을 쳤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책날개에 나의 필명 '이은'은 이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적었다. 작은 조각을 이어 글로 적겠다는 뜻도 있고, 나와 당신의 마음을 잇고 싶다는 뜻도 있다고. 이번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있는 책]에 선정된 것도 알 수 없는 어딘가로 혹은 누군가에게로 이어져 나가는 소중한 한 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난 북토크에서 한 편 한 편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에세이로 완성한 소감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때 나는 챕터 하나가 닫히고 새로운 챕터가 열린 기분이라고 대답했다. 어떤 이야기로 채워나갈지 알 수는 없지만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레는 마음을 갖겠노라고.
새롭게 시작된 나의 챕터에 이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쌓여간다.
다음에 아버지를 찾아가 말할 수 있는 '새롭고 좋은' 소식을 이렇게 또 하나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