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지만 사실 아직은 친해지는 중이다. 아니 그보다는 알아가는 중이라고 하는 게 맞을 테다. 내게 브런치는 낯선 곳이었고, 낯선 곳에서 타인의 글을 읽는 것도 굉장히 낯선 행위였다. 그러니 나의 브런치 입성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어제,
시아버지의 버킷리스트 글을 발행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은 지난봄 한 에세이 공모전에 제출했다가 보기 좋게 떨어졌던 글이다. 그러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두고 싶지만은 않은, 마음을 담을 글이었기에 조심스레 브런치에 인사를 제외한 첫 글로 발행을 했던 거다.
글을 발행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또 얼마 있다가 2,000을 돌파했다고 하더니 기어코 8,000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알림까지...
제대로 인사한 첫 글이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고, '작가님'이란 호칭을 듣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이 글이 메인에? 나를 작가라고 부르다니. 나를...?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이러다 금방 내 바닥이 드러나 버리면 어떡하나 두려워지기도 했다. 마음을 놓을만하면 울리는 알람에 놀라움과 설렘, 당혹스러움과 두려움 그 어디쯤의 경계에서 핸드폰을 계속 쥐고 있었던 어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날이 되었다. 단어 하나로 정의되지 않던 마음은 가라앉고 다시 평정심을 찾고 있다. 그리고 '사실 제 바닥은 이 정도입니다'라고 이실직고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겠다 싶어 급하게 글을 적어본다. 당장 지금 이 글부터가 현실을 알려주겠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라는 걸. 운이 정말 좋았다는 걸.
어제의 이벤트는 내가 쓰는 글이 어디 처박아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브런치에서 응원의 마음을 담은 입주 선물을 준거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혼자만 보려고 쓰는 글이 아니니 맘껏 즐기기로.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는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 두려움은 내려놓고 잠시나마 만끽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