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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Jun 15. 2022

네이버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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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무려 7년이 지난 지금, 2015 1  카페에서 나눔 했던 품목이 현행법상 판매 불가한 이었기 때문에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내용으로.


그때 나는 임신 중이었다. 비록 출혈 때문에 한 달 가량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으나, 장마 속 잠깐 볕이 든 날처럼 컨디션이 좋았던 어느 날 내게는 필요하지 않았던 엽산을 필요한 다른 이에게 나눔 했던 거다. 아무래도 의약품이니 삭제되었다는 거겠지. 이해는 한다만 7년이 지난 지금. 굳이. 이렇게 메일을 보내줘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다니. 그들은 고지의 의무를 했을 뿐이지만 내게는 너무나 날카로운 칼로 다가왔다.


그 엽산을 나눔 하고 정확히 3일 만에, 16주 5일의 두 아이를 낳았다.


병실에서 출산을 한 산모와 나란히 누워 3일을 보냈다. 옆 침대 산모가 젖 물리는 방법을 배울 때 난 젖몸살을 막아주고 젖을 말려준다는 크림을 받았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미리 만들어 놓은 배냇저고리는 수의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화장되었다.


누군가는 여러 번 해도 힘들다는 시험관이었는데 첫 시도에서 쌍둥이를 임신했으니 당시엔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다. 아무리 나라에서 지원금을 준다 해도 한두 푼이 들어가는 게 아니니 흔히 말하는 로또와 다름없었고, 뱃속의 아이들은 존재를 확인시켜준 순간부터 이미 효자였다.


유산 후 첫 외래 때 출혈로 인한 태반 감염으로 아이들이 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패혈증까지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오히려 다행이라는 담당 교수님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아이들이 마지막 가면서 엄마한테 효도하고 갔다고 말을 했던가. 세상의 모든 신에게 제발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했지만 그 어떤 신도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처음 온 순간부터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온통 효자이기만 했던 아이들을 나는 끝내 지키지 못했다.






한참을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아무것도 써 내려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건.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다. 울고 싶으면 애써 참지 않고 길을 걷다가도 울었다. 외면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동안 지난 나의 시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온 메일에,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그때의 기억에, 이렇게 다시 흔들리고 말았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하늘에 낮게 깔린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문득 나의 시간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또 어느 날은 잔뜩 흐린 하늘을 흘러가겠지.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비구름이 될지라도 절대 외면하지 말고 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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