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 Jan 03. 2023

반려견과 반려인으로 살아가는 법

출간이야기

연말을 맞아 오빠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다. 만나러 가는 길이 이처럼 설레었던 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집을 나서는 나는 가슴이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그날은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준비했던 책이 드디어 내 손에 도착한 날이었다. 연말에 물량이 밀려서인지 택배사에서 며칠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던, 마지막 교정본을 넘기고 기다리는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며칠을 보내고 드디어 내게로 온 그런 날이었다. 박스에서 책을 꺼내 표지에 쓰여있는 내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원고로 넘겼던 글이 그대로 실려 있는 것을 확인하니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차마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집을 나설 때, 남편은 책을 들고 가라고 얘기했다. 지인들은 알고 있는 나의 출간 이야기를 가족들은 알지 못한다. 출간뿐 아니라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도 전혀. 잠시 고민하다 책을 가방에 넣었다.

 

오빠네 가족을 마주하고 앉아 잠시 머뭇거리다 책을 꺼내고 표지에 적힌 이름을 말없이 손으로 가리켰다. 오빠는 어떻게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쓴 책을 찾았느냐며 웃었고, 마찬가지로 나 역시 웃으며 이름이 같은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오빠와 올케언니, 조카 원이는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필터 없는 감탄사를 마구 쏟았던 것 같고, 몇 번이고 정말이냐 확인을 했던 것도 같다. 그 순간은 마치 스틸 사진처럼 남아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꿈을 꾼 것 같이 생생한 듯 아련하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왔다. 원고로만 보던 내 글을 책으로 보게 되면 어떨까, 그 책을 지인들에게 전달할 때는 어떨까, 책에 뭐라도 써야 할 텐데 뭐라고 써야 하나 등등. 그러나 그 시뮬레이션 안에 내 가족들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가족들에게 내 책을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되었고, 미처 돌리지 못한 시뮬레이션을 현실에서 행하려다 보니 폴짝폴짝 뛰던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책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사실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마지막 원고를 보낸 순간까지 블로그에 꾸준히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기록을 해왔던 터라 이번에도 책을 받게 되면 바로 기록을 남기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니 출간 제안을 받았던 순간만큼. 아니, 그보다 실물 책을 눈앞에 둔 지금이 더 비현실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책이란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이지만, 그래도 값이 매겨진 것이 아닌가.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설레기만 했던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어진 기분이었다. 뒤늦게 느껴지는 무게감, 혹은 부담감, 혹은 책임감, 어쩌면 모두 합쳐놓은. 


내 손에 먼저 들어온 책은 서점에 1월 3일 오늘부터 '교보문고'와 '예스24'와 '알라딘'에 유통된다고 한다. 소규모 출판사라 여타 출판사와 달리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달라는 담당자의 말이 있었지만, 이렇게 나의 사랑하는 루피와 보아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출간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겠지만 지금 이 시간이 앞으로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지금은 조금 설레고 기대감을 가져도 괜찮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