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고카페인의 커피를 내려 방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 보통은 10분, 혹은 20분 정도만 환기를 하고 문을 닫곤 하는데 가을비 내리는 소리가 좋아 도저히 닫을 수가 없었다. 고맙게도 바람이 세지 낳아 열어 둔 창 안까지 비가 들어오진 않는다. 이따금 살랑 불어오는 바람 덕에 적당히 시원해진 공기와 비에 젖은 노면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일어나 커피를 들고 창 앞으로 가 여기로 저기로 시선을 보내본다. 문득,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 멈춰버렸다. 색색의 동그란 우산들이 줄을 서 모두 각자의 치열한 오늘로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고 어느새 동그란 우산들은 사라져버렸다.
목적지가 어 디든 그곳에서의 오늘은 어제보다 적어도 1분은 더 웃을 수 있기를. 닿지도 않을 짧은 인사를 보내고 창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더 이상 빗소리도 노면을 미끄러져가는 자동차 소리도 이 방엔 없다. 이 방이 바로 나의 목적지. 나 또한 어제보다 적어도 1분은 더 웃는 날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