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 Jul 13. 2023

무의식의 발현

비가 오는 날이었다. 

실외 배변만을 하는 루피 때문에 비 오는 날도 산책은 피할 수가 없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산책을 나갔다. 어느새 장면이 바뀌고, 나는 낯선 동네에서 루피와 보아를 소리치며 찾고 있었다. 


왕복 6차선의 도로에는 차가 쌩쌩 달리고 있었고, 오가는 차들 너머로 루피와 보아가 보였다. 아이들 역시 나를 찾고 있는 듯했다. 루피가 나를 발견했다. 차가 오거나 말거나 리드 줄을 매단 채로 달려오는 루피. 나는 사고가 날까 두려워 오지 말라고 연신 소리를 질렀고, 루피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오직 나만 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오히려 차들이 빵빵 경적을 울리고, 급정거를 하고, 이리저리 피해 주고 있었다. 어느새 루피는 길을 건너 내게 왔고, 나를 발견하지 못한 보아는 아직 길 건너에 있었다. 혹여 보아가 자리를 이탈할까 두려워 루피를 안고 서둘러 길을 건넜다. 어디에 갔다 왔는지 흙탕물을 뒤집어 쓴 보아는 흰색 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색이 되어있었고 우리 셋은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은 채 부둥켜안고 울었다. 루피와 보아를 안고 안심을 했는데, 루피는 어딘가를 다쳤는지 낮은 신음 소리를 연신 내었고 보아는 갑자기 구토를 했다. 집에 가야하는데 어딘지를 모르겠다. 오가는 택시는 많지만 비에 흠뻑 젖은 채 강아지 둘을 데리고 있는 내 앞에 서는 차는 없었다.


꿈이었다. 

눈을 뜨니 루피는 내게 엉덩이를 붙인 채 조용히 자고 있고, 보아는 침대 아래 바닥에 누워 잠꼬대를 하고 있다. 


요즘은 자꾸 이런 꿈을 꾼다. 

친구는 내에 개꿈 같은 건 없다며, 나의 무의식이 꿈에 드러나는 거라고 말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루피와 보아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꿈에서처럼 녀석들을 놓치는 일이 없게 보아는 품안에 안고 루피의 리드 줄을 꽉 붙잡았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비에 젖었지만, 택시를 잡을 필요는 없으니 걱정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