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던 시절 아침에 출근하면 루틴처럼 믹스커피를 마시곤 했다.
어느 날은 물을 많이, 어느 날은 적게, 어느 날은 믹스 두 봉을 넣고 진하게.
그날의 기분에 따라 커피 맛은 달라지지만 출근하면서 벌써부터(어쩌면 차곡차곡 누적되어 있는) 지친 몸과 정신을 잠시나마 깨우는 데엔 이만한 게 없었다.
지금은 그런 목적이나 습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 믹스커피를 마실 때가 있다.
매일 아침 그날의 할 일을 적으며 가장 첫머리에 '커피는 한 잔만'을 적을 정도로 나름 커피는 하루 한 잔의 약속을 지키려 애쓰는 중이다. 해가 뜨기 전에 이미 한 잔을 마신 후였지만 아몬드 향이 난다는 커피 내리는 영상을 보고 커피 생각이 또 나버렸고, 아몬드 향이 나는 커피를 마실 수는 없으니 대신 믹스커피를 꺼냈다.
사과를 생각하며 감을 깨물었지만 감은 과연 감 맛을 내 결국 사과를 더욱 그리워했다던 어느 작가와는 달리, 믹스커피는 믹스커피대로 꽤 괜찮았다.
서늘한 공기에 아침 산책을 다녀온 후라 그럴지도 모르겠고,
공식처럼 종이컵에 담아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건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는 식기 전에 마셔야 한다는 거고, 오랜만에 후후 불어가며 마신 싸구려 믹스커피가 꽤 좋았다는 거다. 더 뭐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