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을 뿐이었다.
"5층 아줌마다! 어, 근데 루피랑 보아는 어디 있어요?"
라고 묻는 4층 보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오는데 문득 걸어서 올라가고 싶어졌다. 3층쯤 지나고 있을 무렵 이왕 걷는 거 운동 좀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분리수거 가방은 5층 우리집 현관 앞에 내려놓은 후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갔다.
10층쯤 지날 때 이거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20층쯤 지날 때 왜 계단 오르기를 하게 된 건지 떠올랐다. 새벽 글방 친구인 해봄님이 어제 18층을 무려 열 번이나 올랐다는 이야기를 보았던 것이 내 무의식중에서 계단 오르기를 하게끔 이끌었던 것이라는 걸! 후회는 이미 늦었다.
25층까지 올라가서 엘리베이터 옆에 "25" 숫자를 사진으로 찍었다. 왜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나름의 인증이었겠지. 지하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25층까지 끌어올려 몸을 욱여넣고 잠깐 고민하다 지하 1층을 눌렀다. 그렇게 다시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가 한 번 더 25층을 사진 찍고 내려왔다.
5층 우리집 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만 벗고 그대로 누웠다.
고작 15분 동안 계단을 올랐을 뿐인데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게다가 분명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최고 심박수는 고작 129... 코로나가 훑고 지나간 건 남편이었는데 내 체력이 왜 이 모양이 된 거지.
하...
뭔가 억울하다.
억울하긴. 운동부족의 결과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내일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