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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버박사 Feb 11. 2020

인생 실험 #3

#귀촌과 자급자족 #자연주의 출산 #자연식

지난 편에서 이 시대의 우리들이 불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나와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선택한 해결 방법



귀촌과 자급자족



자연환경과 여유


귀촌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자연이다. 회색빛 콘크리트, 매연과 소음이 아닌 파란 하늘과 우거진 녹색의 숲, 시원하게 뻗은 강과 드넓은 바다와 기분 좋은 바람과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다. 이런 자연은 우리의 정신을 깨우고 감각을 깨운다. 귀촌으로 몸은 더 바빠질지 모르겠으나 마음만은 더 여유로워질 것이라 자신한다.



불편함


귀촌의 또 다른 큰 장점은 불편함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편리함이 주는 독으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불편함이 나를 더 각성시켜주고 하나하나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자존감도 올려준다. 또한 불편함으로 인해 어떤 일이든 더 집중하게 되고 따라서 내 감각을 깨워 정신을 지금 이 순간에 있게 해 준다.



독립된 경제 시스템: 소비 중심에서 생산 중심으로의 전환


우리는 도시에서 자본주의라는 시장 경제의 시스템 안에서 생활했다. 이 시스템은 소비 중심이며 가성비가 낮아 우리 삶의 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귀촌을 하여 텃밭을 가꾸고 의식주의 상당 부분을 자급자족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와는 독립된 자신만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생산 중심의 생활을 하며 가성비를 높여 시간의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심지어는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나 부동산 상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타인과의 경쟁이 강요되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앞에서 나는 시간의 부자가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조화로운 삶의 저자들이 먹고살기 위한 노동을 하는데 시간을 굉장히 적게 쓴다고도 했다. 위에서 말한 가성비를 높여 시간의 부를 축적한다는 의미는 뭘까. 먹고살기 위해 조금만 일하고 남는 많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할 것이다.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나의 커피 선생님의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면 한잔에 8,000원 정도다. 그런데 마셨던 원두 200g을 구입해서 집에서 직접 내려마신다면 10분의 1 정도로 비용이 절감된다. 그런데 만약 생두를 사서 직접 로스팅을 하여 마신다면 비용이 수십 분의 1로 줄어든다.


커피가 어렵다면 다른 예를 보자. 마트에서 어묵과 증류식 소주를 사서 집에서 어묵탕을 만들어 먹었더니 호프집에서 동일한 메뉴를 사 먹는 것에 비해 대략 65%의 비용 절감을 이루었다.


음식만 예를 들어도 도시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여 먹는 문제는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생산, 가공, 유통, 서비스, 유지 등의 비용을 소비자인 우리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시골에서의 자급자족 시스템에서는 가장 하위에 있는 생산까지도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이 적게 든다.


대신 나의 노동력을 지불하는 구조인데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예를 든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는 2020년 최저임금 시간급인 8,590원 기준으로 약 1시간 정도의 노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두를 직접 볶아 내려 마시기까지 20~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심지어 한번 볶을 때 커피 수십 잔 분량의 원두가 나온다. 내가 말하는 가성비가 바로 이것이다. 어묵탕 예시도 비슷하니 계산해보기 바란다.



자연주의 출산


이전 편에서 현대 출산의 폭력적인 측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와 아내는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의학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엄마와 아기가 주체가 되어 출산을 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 출산의 경우 대부분이 의료진의 주체로 출산이 진행된다. 출산을 주도하는 것이 누구인지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가 바로 폭력성을 해결할 키포인트가 된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SBS 스페셜 297회 아기, 어떻게 나을까를 보길 추천한다. 다음은 출산의 주체인 아기와 엄마, 아빠의 시각에서 자연주의 출산의 이점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다.



아기의 시각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우선 폭력성을 배제하고 아기가 원하는 시간에 나올  있음은 물론이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그야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 아기에게 낯선 환경에 적응할  있는 충분한 배려와 시간을 제공해   있다.



엄마의 시각


또한 엄마는 자궁의 수축과 같은 몸의 반응과 아기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자신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게 된다. 두려움을 넘어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낸다. 그 결과로 세상에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 한 최고의 황홀경을 느끼는 엄마들도 있다. 이 귀중한 경험을 다시 하고 싶어 아이를 더 가지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누가 봐도 숭고하고 위대한 출산을 해낸 엄마의 성취감은 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때 얻은 자존감의 상승은 그동안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의 인생조차도 대전환시킬 수 있는 충분한 동력원이 될 것이다.



아빠의 시각


아빠가 밖에서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병원 출산과는 달리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아빠에게도 역할이 부여된다. 엄마와 함께 호흡하며 마사지를 해주고, 그때그때 엄마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도와주고, 아기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엄마가 여러 동작을 취할 때 물리적인 버팀목이 되어줄 수 도 있고, 출산이라는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줄 수 도 있다. 심지어는 아기가 나올 때 직접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출산에 직간접적으로 엄마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참여하는 것으로 아빠도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애착을 가지고 이후 육아에도 깊은 참여를 가능케 한다.



자연식


출산과 더불어 이전 편에서 음식에 대한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우리의 해결책은 바로 자연식이다. 자연식이란, 크게는 식재료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시켜 섭취하는 방법을 말한다. 다음의 9가지 원칙을 가진다.


1. 통 식품(Wholefood)
: 본연의 모양과 향이 잘 보존되어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

2. 자연적인 음식(Natural food)
: 인공 조미료, 인공 감미료, 인공 색소, 유전자 조작 등의 인위적 조작이 되지 않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

3. 신선한 음식(Fresh food)
: 보존제,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

4. 유기농 음식(Organic food)
: 비료나 제초제, 살충제와 같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길러진 식재료로 만든 음식

5. 로컬 푸드(Local food)
: 국내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

6. 계절 음식(Seasonal food)
: 제철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

7. 전통적인 식품(Food in harmony with tradition)
: 옛 조상들의 식습관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음식

8. 밸런스가 맞는 음식(Balanced food)
: 산성/알칼리성, 영양소, 맛, 색, 조리법 등의 밸런스를 맞춘 음식

9. 맛있는 음식(Delicious food)
: 그렇다. 맛있어야 한다.


우리 부부는 주로 자연식의 토대가 되는 이론 중 하나인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조리법을 따르고 있다. 시골 생활은 이런 자연식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풍부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모두의 궁금증


귀촌이 쉽나


주변에 귀촌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말 중 하나는 "시골에 살아본 적 있느냐. 시골에서 사는 게 쉽지 않다"와 비슷한 내용이다. 또한 내가 향후에 집을 직접 시공할 거라는 말에도 쉽지 않다는 대답이 종종 들려온다. 나는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귀촌이나 집을 짓는 것을 쉽게 본다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당연하다. 어쩌면 쉽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치가 낮은 일에 삶의 형태까지 통째로 바뀌는 도전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다음 세 가지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귀촌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들이다. 또한 나에게 많이 질문하는 내용이다.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먹고사는 문제


이것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오히려 시골보다는 도시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항상 고민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시골에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요즘 세상에는 먹고사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일단 정말 먹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우리 가족들이 먹을 텃밭을 가꿀 생각이고 마을 분들과 필요한 것들을 나누고 받으며 식재료의 다양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것으로 상당 부분 해결하고 더 필요한 것은 시장에 가서 구입할 것이다.


농사가 쉬운 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판매하여 이윤을 남기는 목적으로써의 농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생산하는 의미에서의 농사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리하여 자연식에 대해 이야기한 것처럼 직접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고 올바르게 조리해서 먹는 자급자족의 형태를 갖출 것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문제가 남았다. 사실 정말 먹는 것보다는 이것을 더 궁금해할 것 같다. 일단 시골에서는 생산 중심의 생활이기 때문에 소비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적은 편이다. 대부분의 생활비를 차지하는 먹는 문제는 위에서 상당 부분 해결이 되었고 일부 식재료를 구입할 돈만 있으면 된다.


또한 몇몇 귀촌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골에서는 아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굉장히 잘 되어있다고 한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책임진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특히 교육에 대한 문제는 거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나중에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갈 때도 해외로 유학을 갈 때도 지원금이 나온다. 지자체가 보유한 자금의 양에 비해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유럽 수준의 복지들이다.


어떤 4인 가족은 귀촌하여 모든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소비가 적다는 의미다. 대신 당연하게도 절대적인 돈의 양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시골은 적합하지 않다.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시골은 가성비다. 그래서 결국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농번기와 같이 일손이 필요할 때 사람을 고용하여 일당을 주는 형태의 일들이 시골에는 상당히 많다. 과거에는 이를 품앗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서로의 노동력을 교환했지만 현재는 돈을 주는 형태가 된다. 귀촌하고 1~2년 정도는 이런 일을 찾아 주로 일당을 받으며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이다. 이렇게 일하면 시골에서 필요한 기술도 익히며 수익을 낼 수 있고 지역 주민들과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수익 모델을 구성할 생각이다. 시골에서는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보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귀촌 선배들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그 편이 나도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하니 카페를 운영할 수 도 있고, 집을 지을 줄 아니 숙박업을 할 수 도 있다. 차(茶)를 좋아하니 찻잎을 따서 덖어 판매할 수 도 있고, 목공을 좋아하니 가구나 목선반 등을 만들어 판매할 수 도 있다. IT 기술을 좋아하니 생활에 필요하거나 불편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상품을 개발할 수 도 있다. 또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교육을 하거나 컨설팅도 가능하다. 요즘은 유튜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집에 대한 문제인데 초기 1~2년은 시골집을 임대하여 월세나 연세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살아갈 예정이다. 월세도 10~20만원정도인 경우가 많다. 하루만 일당을 받아도 월세가 나오니 걱정하지 않는다. 이런 전략들은 초기 투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 이후에는 토지를 매입하여 직접 살 집을 시공할 생각이다. 집을 직접 짓는 이유는 살면서 꼭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직접 짓기 때문에 꼼꼼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돈이 많이 절약된다. 목조주택 교육을 하는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었고, 또 받을 생각이고 그렇게 알게 된 전문가분들에게 자문도 할 수 있고 단기 일자리를 소개받아 경험을 쌓을 수 도 있으니 무모한 도전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 부자의 가능성


위에서 시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시골의 가성비 이론에 대해 열심히 적어봤는데, 이론은 이론이고 진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우선 미국에서 쓰인 조화로운 삶월든이라는 두 권에 책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조화로운 삶에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저자들은 2명이 1년에 3개월 정도의 노동을 하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월든에서는 혼자서 1년에 6주 정도 노동을 하여 필요한 돈을 충당했다. 19세기 미국의 이야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조화로운 삶을 읽으며 그 당시 미국이 현재의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닮아 있음을 느꼈다. 게다가 애당초 사회의 시장 경제에서 독립된 삶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문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두 번째로, 경남 산청에서 귀촌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이 부부는 딸과 함께 귀촌한 첫 해를 제외하고 매년 2개월 정도의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부자인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확인한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분명 시골의 삶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2018년에 40일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간 것이었다. 실제로 국내 직장인들은 이 정도 여행기간이 상당히 어렵다. 나처럼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쉽지 않으며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흔치 않다. 우리 가족은 귀촌한 후 안정이 되면 마찬가지로 1년에 1~2개월 정도는 해외 살이를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귀촌 부부에게 시간적 여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시골에서도 도시에서 처럼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한다면 시간이 부족한 것은 같겠지만 시골에 맞는 생활을 하면 훨씬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심심한 걱정


시골 살이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심심하다는 것이다. 할 게 없고 심심하고 함께 어울릴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시골에서도 어울리길 좋아한다면 정말 바쁘게 살아갈 수 있다. 지방 군수가 1년에 참가해야 하는 행사 수만 약 380여개라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의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공무원의 예시라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시골도 여러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산청에서 만난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같이 빵을 만들고 와인과 함께 대화를 즐기는 모임을 가졌다. 청년들은 청년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어떤 분들은 공통된 목표와 테마를 가진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웃 주민들과 인사도 하지 않는 우리네 모습과는 달리 시골 사람들은 더 잘 어울리고 더 럭셔리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앞서 계속해서 주장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 속에서 심심할 틈이 있을까? 풍요로운 자연과 함께 하는 심심함은 여유로움이 될 것이다.



자연주의 출산의 안정성


일반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가장 큰 궁금증 혹은 걱정은 바로 안전이다. 병원 출산 문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스스로의 힘으로 출산을 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안전에 대한 걱정은 자신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인해 왜곡된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기 때문이지 자연주의 출산이 다른 출산 방법에 비해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95%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일단 역사적으로 보면 자연주의 출산 방법은 수천 년을 이어온 방법이다. 인간의 출산이 다른 동물에 비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출산의 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우리 인류는 진작에 멸종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주의 출산은 이미 역사를 통해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병원 출산은 역사적으로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의 병원 출산의 안정성이 확보되기까지 과거에는 수많은 엄마와 아기가 병원에서 출산을 하다가 죽어갔던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조금 더 설득력 있는 2000년대의 연구결과들을 살펴보자. 다음 내용은 엘리자베스 데이비스, 데브라 파스칼리 보나로 저서인 황홀한 출산에서 일부 발췌하였다.


2005년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된 북미의 가정 출산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한 5,418건의 가정 출산 중 12%가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여 병원으로 이송하여 출산을 진행하였고, 나머지 88%는 정상적으로 출산을 하였다.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신생아의 사망률은 1000명 중 1.7명 수준으로 병원 출산의 평균 수치와 비슷했다. 출산에 대한 산모의 만족도는 97%에 이르렀다.


2009년에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정 출산과 조산사가 감독한 병원 출산 그리고 의사가 감독한 병원 출산을 비교·조사하였는데 유아 사망률은 가정 출산이 0.035%로 가장 낮았고 조산사 감독의 병원 출산은 0.057%, 의사 감독의 병원 출산이 0.095%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2009년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정과 병원 출산의 각 6,692건을 조사한 결과 신생아 사망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산모의 수는 가정 출산이 더 적었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유독 병원 출산과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다. 그런데 출산율은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은 때때로 출산의 만족도를 대변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가정은 다자녀 가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식 영양학


사람들이 자연식을 하기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식단의 대부분이 채식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자연식의 9가지 원칙을 지키려면 자연스럽게 육류는 배제된다. 현대의 도축 시스템에서는 가축들에게 많은 약물을 투여하고 인위적인 사료를 먹게 한다. 이는 자연적인 음식 원칙유기농 음식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육류는 식재료의 성질이 한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어 밸런스가 맞는 음식 원칙에도 위배된다. 밸런스 측면에서는 소량을 섭취할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대의 식습관에서는 육류를 필요 이상으로 과다 섭취하고 있다. 과도한 육류의 섭취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다. 자유롭게 방목되고 건강한 자연의 풀을 뜯어먹고 자란 동물을 적당량만 먹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식재료는 상당히 고가이며 시장경제에 맞지 않아 유지되기 쉽지 않다.


이런 원칙들의 적용에는 채식도 마찬가지이다. 농약 등으로 생명력이 소진된 땅이 아닌 유기물이 충분한 건강한 땅에서 자란 로컬의 제철 식재료를 쓰지 않는다면 채식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한 조리법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평지보단 산이 많아 가축을 기르기 어려웠다. 따라서 옛 조상들은 대부분 농사 위주의 생활을 했고 가축은 농업을 위한 소중한 업무 파트너였다. 따라서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다. 정말 어쩌다가 가축을 잡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잔치를 열었다. 우리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해온 조상들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몸은 채식에 최적화되어있다. 자연식의 전통적인 식품 원칙에 따라 우리는 채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미 건강하게 생활해온 조상들을 보면 육류를 적게 섭취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자연 방사된 계란을 소량 섭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현미와 콩을 동시에 섭취하면 단순 아미노산이 완전 아미노산으로 변형되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함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피하면서 충분히 필요한 영양을 취할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더 풀어보자. 아래 내용은 REAL FOODS [채식에 대한 오해들]채식하면 영양부족?에서 일부 발췌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미와 콩으로 하루에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상추와 브로콜리 등의 녹색채소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있으며, 칼슘은 상추가 소고기 등심보다 더 많이 함유돼있다.


지방도 동물성 지방보다는 견과류나 참기름, 들기름 등이 더 양질의 지방이다. 오히려 육류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반면 비타민과 미네랄은 식물성 식품에 비해 굉장히 낮고 칼로리는 높다.


또한 채식을 하면 비타민 B12의 섭취가 불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 역시 김치나 김 등으로도 충분하다. 즉, 채식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문제는 식단의 구성이다. 채식을 하면서도 영양 불균형에 빠지는 것은 잘못된 식단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마크로비오틱 이론을 배움으로써 식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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