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참고 자료
지금 까지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내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자 실험이다. 장황하게 이야기한 대로 잘 흘러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도 있다. 그 결과가 성공일지 실패일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실험의 결과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이렇게 즐겁게 상상한 것들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가 인생 실험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이런 인생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귀촌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어떤 점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또 다른 어떤 점 때문에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솔직히 나에게는 귀촌을 안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면에서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중요한 선택들은 항상 그랬다. 내 마음이 너무 원해서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선택보다는 필연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귀촌의 여러 단점들이 지금까지 설명해온 것처럼 내게는 큰 장점이 된다. 심지어는 이런 삶의 형태가 환경을 보호하고 다른 생명들에게 적은 고통을 주며 내 자식과 후손들에게 좋은 미래를 물려준다.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어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기 마련인데,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선택한 삶의 길 위에서는 나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길은 뒤로 가도 좋다.
나는 IT 기업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이해하면 된다. 개발자는 항상 IT 기술의 선두에 서있고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게다가 개발자는 특히나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정확한 논리에 맞게 구현해야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자는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본질을 꿰뚫어 보고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귀촌을 선택하다니 의아해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발자의 특성과 반대되는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 다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고,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의 형태를 원했다.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선택은 귀촌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귀촌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혁명이다.
누군가 개발자로서의 길은 버리는 것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개발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할 예정이다. 단, 직업 개발자로서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앞에서 귀촌을 하면 무얼 해서 먹고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간이 흐르면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수익 모델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구체적인 단어로 나타내면 바로 메이커(Maker)다. 메이커는 맹목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하고 공유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메이커는 IT 기술에 많이 치우쳐진 단어이긴 하나,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목공이나 도예처럼 아날로그 기술도 포함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바는 메이커의 행위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 메이커다. 내게 필요하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판매하거나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수익을 낼 수 있다.
간혹 누가 귀촌을 했는데 후회하고 돌아왔다더라 또는 귀촌을 했는데 텃세가 심하다고 하더라와 같은 카더라 통신을 접하곤 한다. 사실 귀촌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귀촌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귀촌을 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왜냐하면 같은 일을 했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논리학을 통해 살펴보자. 나의 행복을 위해 귀촌이 필요하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즉, 귀촌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그런데 반대로 해보자. 귀촌을 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이건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귀촌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는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귀촌은 행복을 위한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귀촌한다고 모든 사람이 시간 부자가 되거나 하진 않는다. 자녀에게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귀촌을 했고, 또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계속된 인생 실험의 후속작을 발표할 예정에 있다. 일단 아내가 임신 중이기 때문에 출산 이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후기 형식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며, 또 귀촌 이후에 지금 이렇게 나열한 내용들이 잘 이루어졌는지 그 후기를 기록할 예정이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행복과 불행 그 사이에서
#귀촌과 자급자족 #자연주의 출산 #자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