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갑질와 비리가 사라질 수 없는 구조적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본 글은 "바보아저씨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공무원 갑질이 사라질 수 없는 구조적 이유 (대기업-공무원-대학교수)
참 이상하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데. 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은 직위가 올라갈수록 갑이 되어 갑니다. 필자는 업무의 성격상 공무원들과 일을 많이 해봤습니다. 지금은 이전해서 없지만 과천정부청사를 일주일에 2~3번씩 밥 먹듯 들락거렸었죠.
아무리 개혁을 해도 공무원 갑질이 왜 없어질 수 없는지 그 구조적인 내용을 풀어볼까 합니다.
행정부 산하에는 많은 행정부처가 있습니다. 그 부처별로 집행해야 할 예산도 다 있습니다. 그 예산은 공무원들이 1년 동안 집행해 소진해야 하는 예산이죠. 이 돈으로 부처 물품 비품도 사는 데도 쓰지만 대부분 큰돈은 사업발주를 내서 소진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의 유지 보수에도 쓰이고 대규모 신사업 발주비용에도 예산이 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면서 예를 들어 드릴게요.
요번에 평창올림픽으로 건설사업이 많았죠. 경기장을 짓는 비용, 고속도로 정비 확장하는데 비용, KTX 철도 건설에 드는 비용 기타 등등 이런데 뭘 짓고 하려면 예산을 써야 됩니다.
경기장을 짓는 비용을 생각해 보죠. 경기장을 공무원이 지을 수가 없습니다. 공무원은 국가 예산, 돈만 쥐고 있는 거예요. 그 돈을 건설업자한테 주고 경기장을 지어라, 이렇게 시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공무원이 돈을 주는 입장의 갑이 되는 거죠.
(본 글의 내용은 가상의 사례를 들어 예를 들어 설명을 드리는 겁니다. 올림픽 관련 입찰사업과 본 글은 연관성이 전혀 없음을 밝혀둡니다.)
경기장 하나를 크게 지으려면 공무원이 자기 마음에 드는 건설회사에 무턱대고 맡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간 큰일 나죠. 공평하게 경쟁 입찰을 해야 하므로 조달청에 발주 공고를 냅니다.
예를 들어 “언제까지 1,000억 원 규모의 경기장을 지어야 되니까 공사하고 싶은 회사는 입찰 들어오세요.” 이렇게 공고를 냅니다. 그럼 회사별로 제안을 합니다. 제안팀에서는 경기장 드는데 비용을 계산해보고 회사 마진까지 얹어도 800억 정도면 지을 수 있겠다. 생각되면 기술제안서 작성하고, 가격 900억, 850억 이렇게 써서 입찰을 합니다. 800억 정도에 지을 수 있다면 다른 회사도 800억에 지을 수 있다는 뜻이 되구요. 그래서 입찰해보면 800~850억 사이에 대부분 입찰이 들어옵니다. 그럼 기술평가 80점+가격평가 20점 이렇게 평가를 해서 낙찰받은 회사가 경기장을 짓는 구조입니다.
가격평가는 낮은 입찰가격을 쓴 회사가 20점 만점 받고, 높게 쓴 회사들은 점수가 깎이는 구조입니다. 만점이 20점 이기 때문에 저가 입찰로 긁어서 들어오는 회사만 없다면 크게 차이는 날 수 없는 구조이죠.
그런데 80점 만점인 기술평가는 그럼 누가 할까요? 공무원들이 할까요? 그럼 비리가 바로 생기죠. 그래서 조달청에서 전국의 사업 관련학과 대학교수들 풀을 만들어 놓고 해당 교수들을 평가위원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제안서 발표회를 열어서 경쟁 PT를 시키는 거죠.
날짜 정해 입찰회사 다 모아서 발표시키고 교수들 Q&A 해서 회사가 경기장 건설에 얼마나 강점이 있는지 평가에서 기술점수를 매깁니다. 이 점수가 80% 차지하고 가격이 20% 차지를 하는 거예요.
이런 구조기 때문에 예전에 모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나왔지만 금액이 큰 입찰사업의 경우 평가 전날 평가 교수 명단 입수해 집에 밤늦게라도 막 찾아가 상품권이나 현금다발 뇌물 뿌리는 거 방송에 나왔죠. 보통 사업 하나에 기술평가 교수님들이 6명~9명 정도 들어옵니다. 그중에서 3~4명만 포섭 잘해도 평가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대학교 정교수들이 힘이 있고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이죠. 즉 언제든지 어마어마한 예산의 국책사업 평가권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풀로 들어있기 때문에 언제 어느 상황에 우리회사 사업 입찰평가자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사업 관련 메이저 학과 실세 교수들한테는 연구용역을 주거나 해서 사전에 인맥을 다 만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힘 있는 정교수들은 연구비도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예산 빵빵 잘쓰고 풍족하다. 이런 얘기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거죠.
때로는 이 교수 인맥으로 추천해 제자들 대기업 취직도 잘 시키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주변 친구 중에 학사경고 몇 번 맞고 취직 안 될 것 같아 학점 세탁하려고 대학원으로 도피한 친구가 나중에 보면 일류 대기업에 취직한 경우가 있는데 대학원 생활 열심히 해서 힘 있는 교수가 추천하면 저렇게 취직이 잘 되는 경우도 사실 예전에는 많았습니다.
그럼 이렇게 사업입찰 평가는 어찌되었든 공무원이 안 하고 교수들이 해줬습니다. 그렇게 낙찰을 받은 회사가 생기겠죠. 기술력 좋고 영업력 좋고 인맥관리 잘한 회사들이 큰 사업은 대부분 수주를 해서 공사를 합니다. 결국은 그래 봐야 대기업들이죠. 어떻게 보면 나눠 먹기로 비칠 수 있지만. 실력이 비슷하고 영업력도 비슷하기 때문에 통신사들 고객쟁탈전 비슷하게 경쟁이 엄청 심합니다.
여튼 수주받은 회사는 이제 사업을 따내서 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본격적으로 일은 담당 공무원하고 합니다. 이를 공무원 감독관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서 사업 관리 감독하고, 진행에 따라 직접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서 회사로 주는 역할입니다.
이 사업의 시작은 착수계획 보고부터 합니다.
큰 사업이 이제 시작된다고 하면 착수보고회를 크게 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기재부에서 따온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업이 시작되는 겁니다. 장관도 부르고 관련 국회의원도 부르고 언론에 내보내야 하니 기자들도 부릅니다. 진짜 큰 사업은 대통령까지 와서 연설합니다. 그럼 행사하는데 몇천만 원, 1억 이렇게 쓰는 경우 많습니다.
행사 플래카드 만들고 장소 대관하고, 출장뷔페 부르고, 필요하면 해외 이런 데서 온 분들 호텔에 다 숙박시키고 이런 비용들이 모두 사업비용에 포함되어 있다는 거죠. 그 말인즉 공무원이 국가 예산으로 수주한 회사에 줄 비용에 그런 행사비용도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 돈은 발주처 공무원한테 받아서 대기업이 집행해 쓰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000억짜리 공사면 공사 시작 전에 최소 20% 이상은 선수금으로 받습니다. 200억을 공무원이 먼저 주죠. 그러면 그 돈으로 이제 설계 이런 거 하고 착수보고회 이런 거에도 돈 쓰고 사업장 차리고 이런데 쓰게 되는 겁니다. 중간중간 준공될 때마다 돈을 띄엄띄엄 또 받는 거죠. 이걸 기성대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업의 수주는 대학교수들의 평가가 중요하지만 사업의 진행에 있어 공무원 감독관의 파워가 엄청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그 사업을 기획하고 만드는 걸 대기업에서 도와는 주지만 그 주체는 공무원들입니다. 그 예산을 따내려고 부처 공무원들은 기획재정부에 가서 예산들 달라고 사정하는 거죠. 그래서 기재부 공무원들이 파워가 제일 센 거구요. 2,000억짜리 사업 한다고 예산 달라고 기재부 가면 삭감당해 1,000억밖에 못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따온 1,000억짜리 사업을 대기업에 발주해서 하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무원 입장에서는 “내가 어렵게 연구보고 올리고 사업보고서 올려서 기재부가서 어렵게 따온 예산인데” 하면서 대기업한테 일 시키면서 돈 줄 때는 이제 자기가 갑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공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럴 때 공무원이 엄청나게 갑질을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주로 하는 말이 “내가 이 사업 예산 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당신들 일 이따위로 할래” 이런 말 자주 하고 듣습니다. 저렇게 실제로 공무원들이 업체들한테 갑질을 많이 합니다. 밖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아요. 갑질 논란 이런 게 뉴스에 나와야 회사 입장에선 좋을 게 없으니까요.
회사 이미지, 회사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돈은 공무원이 주는 예산으로 매출이 올라가니 감독관인 공무원의 갑질도 다 받아주고 혹시라도 밉보일까 아주 아주 잘해줍니다. 그래야 일이 편해진다는 걸 알거든요. 심지어는 그냥 아예 법인카드를 공무원한테 주고 그냥 써라. 이렇게 공무원한테 카드를 아예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죠. 예전에 말하는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 착수부터 중간중간 기성대금 받아야 하고 준공하고 준공대금 제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회사들은 감독관 공무원에 목이 쥐어진 상태로 사업을 하게 됩니다. 제때 일해서 제때 돈을 받아야 하거든요. 계약서 보면 준공 늦어지면 지체보상금 물게 되어있습니다. 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지체보상금은 납기일 하루 넘어갈 때마다 0.1%씩 이렇게 물립니다. 1,000억에 0.1%면 하루에 1억 지체보상금이죠. 엄청나죠. 그래서 수백억~천억대 큰 사업의 경우 감독하는 공무원의 파워가 장난 아닙니다. 그냥 절대 갑이라고 보시면 되구요.
그 감독 공무원들도 사실 스트레스 엄청 받습니다. 진짜 사업이 잘 진행이 안 되서 결과가 안 나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공무원이 다 뒤집어쓰거든요.
만약 회사가 정말 잘못해 수습 못 하고 지체보상금 물었다, 그러면 “담당 감독 공무원이 관리 감독을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이런 말이 또 공무원 내부조직에서는 나오더군요. 그래서 회사나 공무원 둘 다 잘해서 적정선에서 열심히 노력해 일하고 마무리 짓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그 내부에서 서로 관계는 사실 갑-을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아무리 선하고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이라도 저렇게 관리 감독하는 자리에 오래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변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입니다.
항상 회사 업자들이 찾아와 알랑방귀 떨고 아부하고 좋은 소리만 해주고 대우해주는데 사람이 안 변하겠습니까. 갑의 성격으로 변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공무원들도 본인들은 정작 갑이 아니라고 생각하더군요.
공부 열심히 해서 공무원 하고 싶어서 9급-7급-행정고시 봐서 들어왔는데. 들어와 보니 진짜 갑은 국회의원, 정치인, 기자들이라고 하더군요. 정부청사 공무원들 국감 받으면 일주일, 한 달 밤새워서 일하더군요. 물론 관련 자료 때문에 관련 업자들도 같이 고생하면서요. “무슨 국감 대비 자료 만들어라” “보고서 만들어 주세요” 이러면서 말이죠. 국감 때면 골치가 같이 빡빡 아픕니다.
제 글 다 읽으셨으면 국민이 세금인 국가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큰 그림이 보이셨을 겁니다.
- 국민은 열심히 벌어서 세금 내고 ->
- 기재부에서 국가 예산 뿌리고 ->
- 각 부처는 그 예산 받아서 쓰고 ->
- 일해서 사업대금 받은 회사는 직원들 월급 주고 ->
- 직원은 월급 받아서 또 세금 내고 ->
… 이런 순환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돈을 주는 입장이라 갑, 회사원은 일해주고 돈을 받는 입장이라 을이 되는 것이죠. 이해 잘 되셨나요. 참 웃기고 웃프고 그렇네요. 쉽게 이해되셨죠?
[추신]
본 카페 특성상 자산가 분들, 사회 고위직 분들이 많으십니다.
"혹시 어디 부처 공무원이랑 일하셨나요?"
요렇게 물어보고 싶으시더라도 이런 질문은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본 글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국민들께 알리려고 쓴 글이라 그렇습니다.
(본 글은 "바보아저씨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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