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로 보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왜 그녀는 달려야만 시간여행이 가능했을까?

by 영화돋보기

연출로 보는 영화 첫 글은 호소다 마모무의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은 생기발랄한 아이들의 우직한 성장담과 순도 높은 사랑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 세계로 빠지게 만드는 음악에 매료되셨으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 발자국. 우리가 왜 이 영화에 매력을 느꼈을지, 연출적인 관점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다소 길어도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하시죠.




1. 그녀는 왜 달려야만 시간여행이 가능했을까요?
이 영화는 소녀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그러니 열심히 달려!

성인이 된 지금, 청소년 마코토의 시간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렸을 때 느꼈던 소소한 행복이나 철없던 유년기, 첫사랑의 추억까지도 함께 되새기며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단락에서는 잠시,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이 영화에 담긴 시간여행의 테마를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는 많은 시간여행 소재의 영화를 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재치 있게 다룬 영화 <클릭>,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사랑스러운 시간여행 영화 <어바웃 타임>, <루퍼>, <테넷>, <맨 인 블랙 3>까지.. 시간여행은 정말 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된 만큼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 하나의 정형화된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른 타임루프 영화와의 차별된 점은 시간여행의 방법이다.


주인공은 가속력을 받으며 힘껏 달려야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다른 작품에서 시간여행은 일정 조건이 있다. 그 예로 영화<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죽어야만 가능하며, <어바웃 타임>은 옷장과 같이 은밀한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소)에서 주인공 마코토는 힘차게 넘어질 때까지 달려야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수많은 시간여행 영화의 트리거 중 시달소에서의 그녀는 달려야만 시간여행이 가능할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한 아이의 성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피하지 말고 곧게 나아가보아요.

주인공 마코토는 아직 어린 소녀다. 작은 변화에 미숙하며 여리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부딪히는 사건들에 대해서 마주하기보다 피하는 선택을 하는 지극히 보통의 아이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작품 속 그녀에게 시간여행은 좋아하는 음식을 또 먹거나, 지각을 피하기 위해, 시험을 조금 더 잘 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어찌 보면 귀엽게 보이는 방식으로만 이를 사용한다. 소녀에게는 이런 일들은 큰 일이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 된 변곡점은 남자 주인공 치아키의 고백에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고백을 회피하려고 했던 타임슬립이 종국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이를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지만 욕심 섞인 회피성 여행은 모두 실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어진 1번의 기회에서 그녀가 하는 선택은 다가오는 현실을 마주하고 올곧게 부딪치는 선택을 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시간여행이라는 편법이 아닌 그녀에게 다가오는 하루,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한 층 성장하게 된다.

해당 장면에서 그녀는 더 이상 달리더라도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달리기와 결부시킨 영화의 인상적인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위 장면이다.


해당 시점의 마코토는 더 이상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 더 이상 편의적인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에도 그녀는 달린다. 이전처럼 작은 일을 피하려 달리는 것이 아닌, 현실을 곧게 마주하고 다시 바르게 되잡기 위해 힘차게 뛰는 장면이다.


여기서 이 영화 속 카메라는 그녀의 측면을 잡게 된다.


인상적인 연출 포인트는 그녀의 움직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달리는 측면을 잡은 이 쇼트는 한 인물의 동적인 성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그녀를 살펴보자.


위 장면은 마코토의 가쁜 숨소리, 음소거된 음악 속에서 힘차게 뛰는 그녀를 측면에서 잡고 있다. 프레임 안에서 그녀는 프레임 밖으로 밀쳐진다. 그러나 힘차게 달려 겨우 화면 안으로 들어오고 이내 카메라를 앞질러 나가게 된다.

앞선 시간여행처럼 그녀가 달리는 이유는 다가오는 사건을 피하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닌, 사랑과 우정, 현실을 마주보기 위해 힘차게 달린다. 한 아이의 성장사를 동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의 연출은 아주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뒤쳐지더라도 프레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가쁜 숨을 몰아쉬지만 끝내 카메라를 앞질러가는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게 만드는 좋은 카메라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한 인물의 성장을 그리는 시달소의 시간여행 트리거가 힘차게 달려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성장을 함의하는 이 영화의 플롯, 주제 모든 측면에서 아주 잘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아직은 어린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아내고 있으니까!


그러니 '피하지 말고 마주하고 달려!'라는 연출자의 태도를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전달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의 방점을 찍는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대사에 응하는 "금방 갈게 뛰어갈게"라는 대사가 마음에 더욱 와닿는 감동포인트로 다가온다고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피하지 않고 곧게 달려갈 테니까.


2. 여름 속 아이들
생명력 넘치는 계절 여름.

영화 시달소의 주인공들은 성인이 되기 직전의 청소년기 아이들이다. 그렇기에 개구지고 힘차다.

이처럼 힘찬 아이들의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영화의 계절은 여름이다. 따사롭다 못해 뜨겁고 매미가 힘차게 울어대는 여름은 이 작품의 배경 설정으로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름은 항상 푸릇푸릇 녹음이 주변에 가득 차있고, 매미는 힘차게 운다. 햇빛은 항상 하늘에서 이들을 곧게 내리쬔다.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계절인 여름은 변화무쌍한 청소년기 아이의 성장을 다루는 이 작품의 배경으로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겨울이나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그리는 것도 좋겠지만, 이제는 좀 뻔하기도 한 방식이니까. 무튼 힘차게 달리는 그녀의 성장담을 담아내기에는 여름이 제일 배경적으로 아름답고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3. 아이들의 성장, 캐치볼
작품 속 캐치볼 장면들은 이 영화가 단순한 타임슬립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화 시달소의 오프닝 시퀀스는 야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도 캐치볼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왜 이 영화는 캐치볼 장면이 시작과 끝에 배치되어 있을까?


오프닝, 꿈속 야구공이 아닌 시계를 맞고 일어난 마코토

이쯤 읽으셨다면 눈치채셨겠지만, 현실의 소중함, 성장을 이 영화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 오프닝은 캐치볼로 시작한다. 아이들과의 캐치볼에서 마코토는 하늘 높이 뜬 공을 잡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그녀가 꾸는 꿈이었으며 하늘 높이 뜬 공이 알람시계로 바뀌어 주인공의 머리로 떨어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는 이 작품이 시간이 그녀에게 부딪치며 발생하는 일을 소개하는 동시에, 세 인물의 유대관계를 표현하는 캐치볼을 소재로 활용하며 영화의 초대장으로서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내적성장을 이룬 그녀는 캐치볼에서 높이 뜬 공을 능숙히 잡아낸다. 그리고 공을 다시금 던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그렇게 그녀는 극초반 야구공(시간)을 놓쳤던 자신과 다르게 날아오는 공을 능숙하게 잡아낸다.


캐치볼을 통해 세 인물의 유대관계, 상대의 공을 잡는 단순한 행동을 통해 주인공의 대견한 성장담 표현해 낸다. 때문에 영화를 다시 보신다면, 주인공 마코토의 캐치볼 실력을 눈여겨보신다면 꽤나 재미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변하지 않는 것

좋은 영화는 음악까지 좋아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몇 가지 뽑아 이야기했지만, 시달소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이 영화가 마무리되고 주인공의 모험을 보여주며 나오는 엔딩크레디트에서 나오는 음악은 우리를 영화 속에 세계에 빠진듯한 마술과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내게 이 작품의 OST는 감정적인 여운을 짙고도 오래되도록 지니도록 해주는 서정적이고 좋은 음악이었다. 가끔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좋은 가사를 함께 지니고 있으니 아직 모르신다면 한 번쯤 들어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며 첫 글을 마칩니다.



★★★★☆(9)

진한 감동. 사랑과 반성을 동력으로 현재와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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