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마케터 모두를 위한 데이터 Talk
과학자와 마케터 모두를 위한 Tech Talk
국가만 민주화를 갈구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과 IT의 세계에서도 각종 민주화 바람이 일고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선두에 나선 것은 바로 데이터 민주화(Data Democr atuzation)였다.
데이터는 알겠는데, 데이터 민주화는 또 뭘까?
민주화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영역에서 소수의 독점이나 통제에서 벗어나, 다수에게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평등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민주화 역시 유사한 의미이다. 과거부터 대부분의 기업에서 데이터란 특정 데이터 전문가나 부서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데이터를 특정 전문가나 부서가 아닌,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할 비즈니스 조직 전체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데이터 민주화의 개념이다.
이러한 데이터 민주화의 개념으로부터 새롭게 출현한 역할이 시민 데이터 과학자, 즉 Citizen Data Scientist이다.
아마도 2016년 즈음이었을게다. Data Governance 관련 학회에 참가한 후에 Citizen Data Scientist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Citizen Data Scientist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간혹 눈에 띄고 있지만, 당시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 용어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사전적으로는 가트너가 2015년 처음으로 "Citizen Data Scientist"를 소개했을 때,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A person who creates or generates models that leverage predictive or prescriptive analytics but whose primary job function is outside of the field of statistics"
즉, 본업은 데이터가 아닌, 비즈니스의 특정 도메인 담당자인데,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등의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사람을 Citizen Data Scientist라 칭한다. 당시애는, Citizen Data Scientist의 탄생 배경을, Data Scientist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대비 턱없이 모자르는 미래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 정도로 설명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더 직접적인 배경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다음 상황에 있다.
2010년대 들어서 많은 기업들이, 소위 "빅데이터"라는 붐과 함께,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외부 Data Scientist를 대거 경쟁적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많은 성공사례와 이상적인 스토리와는 달리, 대부분 사내에서는 기존 레거시 조직과의 갈등이 매우 컸을 뿐 아니라, 투자 비용 대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케이스가 훨씬 많았다. 현업에서는, 실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어느날 입사해서, 이론적 판단으로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았고, 또 영입된 데이터 전문가들은 사업 담당자들이 아직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전환 준비가 덜되었다고 불평하며 갈등의 책임을 현업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물론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전환 초기에 크고 작은 갈등을 한번쯤은 겪었다.
도대체 누구말이 옳은 걸까?
실은, 양쪽 모두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데이터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이 해당 실무에 존재할 수 있고, 경험적으로 사람이 판단해야하는, 소위 휴리스틱 영역까지 완전히 이해한 다음에야 제대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반면에 기존에 일하던 방식에는, 설사 개선 가능성이 있는 방식이라 할지라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적 판단"과 "위험한 상식"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어떤 면에서는 기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각을 가진 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혁신하는 도전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다행이도 이러한 현상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모든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고, 전세계 디지털 혁신을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공통적인 고민거리였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몇년 더 앞서 겪은 기업들의 경험담이 모여서, 결국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1단계. 디지털 전환 초기에는, 비록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적더라도, 전문가(Data Scientist)의 영향력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현업과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이해와 개선이 가능한 환경 (인프라, 툴, 프로세스 등)을 조금씩 확대해 나간다.
2단계. 1번의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데이터 전문가와 직접적인 협업을 해온 비즈니스 담당자의 일부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스킬을 배우고 익숙해져서, 크게 복잡하지 않은 문제들은 데이터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해당 사업 조직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개선해 나가는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사내에 복잡한 절차나 협업 없이 비즈니스 조직 안에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이 자연스럽게 문화로 정착할 수 있기에 매우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
3단계. 그렇다고 2번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서, 데이터 전문가의 역할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전문적인 데이터의 이해와 분석이 필요한 문제가 존재한다. 이럴 때는 Data Scientist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처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데이터 전문가도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있고, 비즈니스 조직 내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활용에 대해서도 익숙해진 터라, 과거와 같은 부서간의 갈등은 훨씬 적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데이터 전문가의 의존 비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기업 전체가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운영을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흐름 중, 바로, 2번 단계에서 언급된 소수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바로 Citizen Data Scientist이다. 이 때문에 Citizen Data Scientist는 하나의 직군으로는 아직 분류되지 않고 있고, 현업에서의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Data Scientist의 업무를 함께 하는 역할로 정의되고 있다. 아마도 머지않아 마케터, 전략기획가 등 많은 직군에서 Citizen Data Scientist로서의 역량과 역할은 필수로 기대되리라 예상한다. 실제로 많은 대학의 문과 전공학과에서도 데이터 분석이나 활용과 관련된 전공을 함께 가르치는 융합 학과가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결국, Citizen Data Scientist의 출현은,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 과정 초기에는 외부에서 영입한 데이터 전문가가 일시적으로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혁신 주체와 주인공은 결국 현업 담당자가 되어야 혁신 과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과 가정을 모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혁신 과정을 수행한다면, 현업 담당자분들도 외부 영입된 데이터 전문가를 경계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본인을 이 혁신 과정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조력자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갈등이 아닌 협업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Data Scientist 역시, 혁신을 리드할지언정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성공적인 혁신으로 이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서, Citizen Data Scientist가 더 쉽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Self-Analysis 환경 구축과 관련된 기술이 더욱 중요해졌고, BI(Business Intelligence),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서로 연동되고 유연해지는 데이터 기술 트랜드를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