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마케터 모두를 위한 전략 Talk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크고 작은 실패 경험은, 그 뒤에 새롭게 시도할 수많은 도전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밑거름이 됨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 경험은 실패 경험보다 이러한 배움의 가치가 덜할까?
적어도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서, 기왕이면 성공 경험이 더 좋은 경험일 뿐 아니라 배움도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많은 비즈니스 활동들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워낙 다양한 사유로 우리는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므로, 성공이나 실패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분석한 그 이유가 정말 성공이나 실패의 사유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환경에서는, 성공했을 때 가정한 성공 요인이, 실패했을 때 가정한 실패 요인보다 실제 성공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성공 경험으로 인한 자신감과 조직의 활력은 훨씬 강한 추진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예전부터, 어쩔수 없이 실패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실패로부터 향후의 성공을 위한 배움의 가치를 찾아야 하겠지만, 기왕이면 성공 경험이 실패 경험보다는 훨씬 가치있고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누군들 실패보다 성공을 더 하고 싶지 않겠는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는 방법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나,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혁신과 같은 과제를 추진할 때, 많은 경영진이 단 한번의 과제를 통해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전환과 같은 과제는 매우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커다란 성공을 기대하고 추진하기 보다는, 일단 한 걸음씩 작은 성공을 목표로 잡고 나아가는 것이 성공 확률도 높을 뿐 아니라, 결국 최종적인 목표에도 먼저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세상에서 비즈니스 환경은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고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설계하고 준비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변수와 상황 변화를 마주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 과제로만 성취할 수 있는 대형 과제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작은 단계별 목표를 쪼개어 수립하고 하나씩 성공해 나갈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과 같은 과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 지표 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면, 이러한 기본 지표부터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부터 구축하고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 게다가 데이터 분야의 기술과 트랜드는 1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3년 정도를 과제 기간으로 잡고 장기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그 사이 더 효율적인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은 정하되, 작은 목표를 1년 이내로 잡고 단계별로 성공해 나가며, 각 단계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그 다음 목표에 대한 설계와 과정을 그 시점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튜닝하여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 경험상, 이러한 작은 성공 경험이 2~3번 사이클을 통해 쌓였을 때, 궁극적인 목표에 거의 다다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목표를 한번에 성취하려 할 경우, 그 사이 일어나는 많은 변화로 인해 제대로 마무리하기도 전에 과제 방향을 변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나 후자의 경우, 장기 과제 기간 내에 새로운 리더가 부임하여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뒤엎는 경우와 맞물려서, 끊임없이 항상 뭔가 새롭게 개발만 할 뿐, 제대로 된 마무리가 없는 과제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높이 뛰기 목표를 2M로 잡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2M에 폴대를 고정해놓고, 성공할 때까지 다리 근육만 키우는 경우는 없다. 일단 작은 성공 목표치부터 설정해서 뛰어넘는 연습을 하다가 성공하면, 조금씩 목표를 올려 잡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디지털전환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과 리소스가 풍부한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단계별로 적정한 규모의 목표 수립과 작은 성공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간혹 이런 우려가 들 수 도 있다. 작은 목표를 세웠다가 나중에 큰 목표로 확장할 때, 기존 개발해 온 것을 다 뒤엎어야 한다면 어쩌지?
물론 그런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돌이켜보면,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 진행한 경우 조차도, 너무 빠른 기술의 발전과 급격한 데이터 증가와 변화로 인해 오래지 않아 기존 진행중이던 것을 뒤엎어야하는 상황이 찾아 오기도 한다. 오히려 더 큰 리스크는, 너무 큰 목표를 두고 진행한 나머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여 소중한 기회 손실을 가져오거나, 거의 활용하지 않는 수십억짜리 과제 결과물로 전락하는 케이스일 것이다.
무조건 작은 목표라고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영역은 처음부터 높은 목표치로 완성도 있게, 또 어떤 영역은 필요한 목표 범위와 비용/난이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지혜로운 판단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리딩하는 리더의 자질이자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