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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 서재 Oct 22. 2024

실패하는 디지털 전환은 다 이유가 있다.

과학자와 마케터 모두를 위한 데이터 Talk

디지털 전환이란 용어가 세상에 알려지고 한국에서 빅데이터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201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내가 S전자와 S텔레콤에서 일을 시작했던 2013년도 이후의 기간이 딱 그 시점과 일치한 시기이다 보니, 그 이전부터 사실 데이터.AI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아왔으나,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 및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디지털 전환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단순히 데이터를 측정, 수집하고 잘 분석할 수 있는 IT환경을 확보한다는 측면을 넘어서, 기업 내 데이터를 바라보는 사고와 문화, 프로세스는 물론, 데이터의 전반적인 통제 체계라 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아우르는 영역을 함께 준비해야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난이도가 높고 규모도 큰 과제라서, 보통 한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대략 3년 전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 사이클을 여러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에서 몇 차례 수행하다보니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성공의 원칙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작은 중소 기업이나 이커머스와 달리, 예산과 우수한 리소스를 충분히 확보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디지털 전환과 같은 과제를 시작할 때, 시간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많은 에산을 들여 과제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어설프게 적당히 목표를 잡고 과제를 수행했다가, 1~2년도 안되어 다시 기존 결과물을 뒤엎어야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나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 자체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완벽한 목표를 기대한 나머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시간과 비용을 추가적으로 투자하거나, 완벽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뒤엎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이유가 뭘까? 

각 케이스마다 다양한 상황과 나름의 배경이 존재하겠지만, 나는 이러한 실패의 대표적인 이유로 다음 세가지가 존재한다고 본다.


첫번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디지털 전환 자체가 실제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과제이다.            


기업마다 매우 상황이 다양하지만, 특히 제조업과 같은 비 IT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여 잘 활용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제조 과정에서 표준화된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 범위 안에 데이터 스펙을 함께 포함하여 설계하고, 제품의 QA 대상 범위에도 데이터를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기존의 제조 프로세스에 위험 요소로서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제조 과정 전체에 걸쳐 전반적인 통제 체계가 먼저 수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어렵게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잘 활용하는 부분 또한, 그 활용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불필요한 Over Spec.이 다수 포함될 때는, 복잡도가 높아지고 데이터 품질 기준이 모호해져서 더욱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이 디지털 전환은 IT환경 개발 구축 범위를 넘어,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모든 영역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규모도 크고,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은 물론 치밀한 설계와 유연한 진행 과정이 요구되는, 난이도 높은 과제이다. 그만큼 경험있는 전문가와 경영진 레벨의 적극적인 리더십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두번째 이유는, 단 한번의 과제 수행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대 목표를 한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단 한 번의 과제로 모든 목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단계적 목표 수립을 통한 작은 성공 경험의 누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영역에서는 초반부터 완성도 높은 준비와 반영이 필요한 반면에, 또 어떤 영역에서는 너무 많은 욕심을 버리고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계획을 수립할 때는, 이 두 가지 영역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아주 기본적인 정형 지표조차도 제대로 살펴보기 힘든 상황이었던 기업이, 갑자기 단 한번의 프로젝트를 통해 정형 지표는 물론, 아직까지 활용해본 적도 없는 각종 비정형 지표, 실시간 지표를 모두 살펴보겠다던가, 모든 지표는 수초 이내에 실시간으로 조회되어야 한다던가와 같이, 어디서 들어본 듯한 온갓 요구사항을 모두 한번에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 과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많은 기업의 경영진들이 디지털 전환을 처음 시도할 때 이러한 경향이 있다. 


이보다는 1차적으로는 용도가 명확한 필요 지표부터 조회 시간이 좀 걸려도 좋으니 정확하게 살펴보겠다는 접근으로 하나씩 발전해 나가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존에 못보던 지표들을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과거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요구사항들이 보이기 때문에, 보다 완성도 높은 최종 목표를 설계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세번째 이유는, 디지털 전환을 IT과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한 IT 환경 구축 뿐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라던가, 품질 관리 계획, 부서간의 역할 정의와 프로세스 등, 데이터 측정/수집/활용에 필요한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초반부터 함께 확보해야만, 지속 가능한 디지털 전환이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처음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많은 기업들이, IT 환경 구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러한 전반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마련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네번째 이유는, 강력한 리더십과 스폰서십의 부재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의 방향 자체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각 이해관계 부서마다 다른 시각을 갖기 쉽다. 때문에 각각 자기 입장을 고려한 목소리만 내다가, 마지 못해 최소한의 디지털 전환 흉내만 내는 결과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실제 현실에서 생각보다 흔하게 마주칠 있는 이슈이자, 소수의 실무 전문가에 의해 해결하기도 어려운 문제이다. 때문에 대부분 성공한 디지털 전환 사례를 살펴보면, CEO나 기업의 Owner 레벨의 강력한 리더십과 스폰서십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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