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케터를 위한 Tech Talk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해 살펴보다 보면, DMP(Data Management Platform)과 CDP(Customer Data Platform)이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된다. 둘 다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뭐가 다른 걸까? 우리 기업에서 현재 필요한 플랫폼은 DMP일까?, CDP일까?, 혹은 그 이외의 데이터 플랫폼일까?
사실 데이터 플랫폼의 종류에는 그 용도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는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먼저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CDP와 DMP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 거래와 관련된 데이터를 데이터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는 트랜잭션 데이터로 분류한다. 이들 데이터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기본적으로 생성되고 관리되어야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일반적으로 수집 관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를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일반 기업들이 기업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ERP 시스템에서도 이들 거래 이벤트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트랜잭션 데이터 이외에, 전통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고객센터 데이터가 있다. 각종 고객 응대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차별화된 고객 만족 서비스를 위해 별도로 수집 관리되어 왔다. 보통 CRM (Customer Relation Management) 플랫폼을 통해, 이들 고객센터 데이터와 트랜젝션 데이터를 함께 조회하며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면서 이들 외에 새로운 종류의 고객 데이터들이 추가로 수집되기 시작한다. 앞서 소개했던, 웹/앱상에서의 고객 행동 데이터가 그 중 하나다. 이들은 Google Analytics나 ACE Counter, Naver Analytics와 같은 국내 웹/앱로그 수집기를 이용해 수집될 수 있다. 웹/앱 로그는 기존의 거래 데이터만으로 고객을 관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고객 여정에서 남겨진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가능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거래 데이터는 수집 주체인 기업만이 활용할 수 있는 1st Party 데이터인 반면, 웹/앱 로그의 경우 개인 식별자가 아닌 쿠키 등 비개인 식밸저를 통해서도 수집 가능하기에, 3rd Party 데이터로서 광고 시장에서 광고플랫폼사들에 의해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타겟 광고를 위해 태어는 DMP (Data Management Platform)
원래 DMP, 즉 데이터 관리 플랫폼은 데이터 관리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라는 일반 용어로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용어였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 시대가 도래하면서, 광고 기술 진영, 소위 Ad Tech 진영에서 DMP라는 용어를, 그들의 활용 목적 관점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으로 구체화하여 새롭게 개념을 정의했는데, 일반적으로 DMP라고 하면 Ad Tech 진영에서 정의한 DMP 개념을 의미한다.
2009년에 처음 구체화되어 소개된 DMP는, 3rd Party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익명의 사용자 행동 데이터 (쿠키, 혹은 디바이스 ID등)와 광고 성과 데이터 (Attribution 데이터)를 분석하여 광고 타겟팅에 활용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DMP에 의해 타겟 고객 집단이 세그먼트로 만들어지고, 반복되는 타겟 마케팅과 성과 최적화 사이클을 통해 광고주는 광고 성과를 최적화할 수 있다. DMP와 함께 동작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 생태계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DMP는 꼭 광고 플랫폼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사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대형 기업들도 자사 서비스 내에서 방문한 사용자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고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Private DMP를 구축하여 사용한다. 이들은 웹/앱 로그로 수집된 행동 데이터 뿐 아니라 기업이 직접 보유한 1st Party 데이터인 거래 데이터를 DMP에서 결합하여 광고, 추천에 활용한다. 이와 같이 DMP에는 1st Party 데이터와 3rd Party 데이터 모두가 저장되고 활용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 자체는 3rd Party 데이터의 활용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통합된 고객 뷰를 제공하는 CDP (Customer Data Platform)
광고 진영과 달리 마케팅 진영에서는, 기존에 서비스가 보유한 거래 데이터와, 고객센터 등을 통해 수집된 고객 응대 데이터 외에도 데이터 소스가 점점 증가하면서, 여러 채널로부터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하나의 고객뷰로 통합하여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들이 커지게 되었다. 이에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발전시켜온 마케팅 기술 진영, 소위 MarTech 진영에서는, Next CRM의 개념으로, 모든 사일로(Silo)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하나의 고객뷰, 즉 360도 고객뷰를 제공하는 CDP(Customer Data Platform) 개념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통신사 입장에서 A라는 고객과 지금 응대를 해야할 때, 월 10만원 시그니처 요금제를 17년간 사용중이고, 30세 남성이며, 최근 부가서비스로서 콘텐츠 구매를 15회 진행했는데, 최근 일주일간 위약금 조회 페이지를 두번 방문했고 더 낮은 요금제 정보를 3회 조회했다는 요약정보를 바로 살펴볼 수 있다면, 해당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대응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CDP 역시, 고객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라면 1st Party 데이터 뿐 아니라, 3rd Party 데이터도 함께 결합 저장할 수 있으나, 개념적으로 CDP는 DMP와는 달리 1st Party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또 DMP가 불특정 다수에게 타겟 광고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랫폼이라면, CDP는 기업의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하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즉 앞서 소개한 구매 결정 프로세스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DMP는 Attention (Aware) - Interest(Apeal) 과정에 주로 기여하지만, CDP는 그 이후의 과정과 재구매 과정, 충성 고객 관리에 주로 기여한다.
한동안 DMP시장과 CDP 시장은, Ad Tech 진영과 Mar Tech 진영의 힘겨루기 양상과 함께 둘 다 성장해왔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 Privacy 침해 이슈로 3rd Party 데이터의 활용 제약이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와 함께, 소셜 미디어 등 대화형 소셜 마케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DMP 시장은 다소 움츠려드는 반면에 CDP 시장은 메인 주류로 자리잡는 추세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기존에 DMP 사업을 해오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같은 백그라운드 기술을 기반으로 CDP 기업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CDP는 단순히 DMP와의 힘겨루기에서 승기를 잡은 것 뿐 아니라, 기존의 BI(Business Intelligence), CRM, CS 플랫폼, 데이터 분석도구 들과의 밀접한 연관성으로 인해, 이들 기능들을 포괄적으로 포함해가며 성장해가는 추세이다. 여기에 단순히 고객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에 따라 메일, 문자, 채팅 등 다양한 채널로 개인화된 마케팅을 집행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져 종합 마케팅 + 데이터 분석 솔루션으로 발전중이다. 어찌보면 각 용도별로 필요한 기능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흩어져 있을 때 사용자는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만큼, 모든 필요 기능들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방향성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진화일 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다음 장에서 참고로 소개할 여러 데이터 플랫폼들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