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하는 과학자 - 인스타그램 마케팅 Talk
기존의 디스플레이 광고나 TV 광고를 통해 브랜드나 상품을 알리는 방식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할 때 최대 세 배 이상 더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채널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자가 브랜드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뇌가 반응하는 인지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흥미로운 차이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저 역시 AI를 전공한 다른 연구자들처럼,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계열의 인공지능을 연구하며 뇌과학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딥러닝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경망 모델이 인간의 뇌 구조와 작동 원리로부터 발전해왔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광고나 TV 광고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상품과 서비스의 특징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신발 광고라면, 유명 연예인이나 모델이 제품을 착용한 채 세련되고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가볍고 편하다”는 기능적 메시지와 “지금 세일 중”이라는 구매 자극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지요.
이러한 광고는 현재 신발 구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저 신발 괜찮아 보이네, 가격도 적당하네”라는 반응을 일으켜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광고에서는 이처럼 구매 의향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각종 데이터 기반으로 정교하게 타겟팅(targeting) 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때 사용자가 이러한 광고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주로 작용합니다. 전전두엽은 합리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기능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니 구매하자”는 '이성적 욕구(Rational Desire)'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러한 실용적 판단은 '해마(hippocampus)'에 저장되어 나중에 다시 구매를 검토하도록 돕습니다.
반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전혀 다른 뇌의 메커니즘을 자극합니다.
대부분의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공감이나 동경 때문에 그를 팔로잉합니다. 직접적으로는 인플루언서의 취향이나 일상을 닮고 싶어서, 혹은 그가 전하는 유익한 정보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찾고 싶어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 인플루언서는 수도권 교외에 거주하며, 매일 아침 혹은 저녁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조깅하는 영상을 공유합니다. 팔로워들은 이런 영상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A 인플루언서가 새 운동화를 신고 “이 신발이 가볍고 쿠션감이 좋아서 더 오래 뛰고 싶어졌다”고 말합니다. 팔로워들은 신발이 예쁘다는 반응을 보이고, A 인플루언서는 “가격이 부담되지 않아 하나 더 샀는데 너무 만족한다”고 댓글을 남깁니다.
이 순간 팔로워의 마음속에서는 단순히 신발 자체가 아니라 ‘그 인플루언서가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작동합니다. 당장 교외로 이사하거나 조깅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그 신발을 구입함으로써 ‘그 삶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즉, 이때의 구매 동기는 실용적 필요가 아니라 '이상적 열망(Aspirational Desire)'에 기반합니다.
이런 감정적 반응 과정에서는 '편도체(amygdala)'가 활발히 작용합니다. 편도체는 원래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과 관련이 깊지만, 강한 감정적 몰입이나 열망을 형성할 때에도 활성화됩니다.
편도체가 관여하는 열망 기반의 욕구는 전전두엽이 작동하는 이성적 욕구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입니다. 즉, 단순한 기능적 장점보다 ‘나도 저 삶의 일부가 되어보고 싶다’는 감정이 더 오랫동안 기억되고,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구매 직전 단계에서 전전두엽이 다시 등장해 “어차피 운동화가 필요했는데, 지금 세일하니 좋은 기회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결정과 행동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뇌과학적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2019년 마케팅 기업 Carusele은 TV 광고와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각각 시청하는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본 참가자들은 TV 광고를 본 사람들보다 277% 높은 감정적 몰입도(emotional intensity)를 보였고, 87% 더 강한 기억화(memory encoding)가 이루어졌습니다. 즉,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전통 광고 대비 약 세 배 강한 구매 열망을 일으키고, 두 배 가까이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 인상을 남긴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단순한 채널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의 뇌가 반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임을 보여줍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구매 이후의 행동 변화입니다.
TV나 디스플레이 광고를 보고 “필요해서” 신발을 구매한 소비자는, 보통 구매 행위로 여정이 끝납니다.
반면, '이상적 열망(Aspirational Desire)'에 의해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구매한 소비자는, 단순 구매를 넘어 ‘자기 표현(Self-expression)’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A 인플루언서와 같은 신발을 샀다는 사실을 댓글로 인증하거나, 자신의 SNS에 착용 사진을 올리며 ‘나도 그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임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때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고객(Customer)'이 아니라,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커넥티드 커스터머(Connected Customer)’'로 진화합니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 한 번의 판매보다 훨씬 큰 '사회적 파급력(Social Amplification)'을 의미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관련 세미나나 강연에서 자주 강조하듯, 팔로워 수나 유명세만으로는 브랜드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인플루언서가 다루는 콘텐츠의 주제와 톤앤매너가 브랜드가 자극하고자 하는 이상적 열망과 얼마나 정합적(aligned) 인가입니다. 즉,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되고 싶은 미래 자아(Future Self)’를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브랜드가 인플루언서에게 기존 TV 광고처럼 일방적인 제품 메시지만 전달하도록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인플루언서의 본질적 신뢰 자산을 훼손할 위험이 있고, 전통 광고와 다를 바 없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작더라도 공감 기반의 인플루언서와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 브랜드 스토리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높은 ROI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에는 마이크로(Micro)·나노(Nano) 인플루언서 중심의 정밀한 타깃 마케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AI를 전공한 제 시각에서 보면, 마케팅은 단순한 ‘홍보 활동’이 아니라, 심리학과 데이터 과학이 결합된 창의적 실험의 세계입니다. 소비자의 무의식 속 ‘욕망의 회로’를 이해하고, 데이터로 그 반응을 정량화하며, 이를 창의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마케팅의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