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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훈 Aug 15. 2021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버는 일

운동에 관한 생각의 전환

  아직도 기억한다. 군대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던 그 시간 동안 내가 주로 생각한 건 ‘왜 시간은 이렇게 더디게 흘러갈까?’였다. 100일 휴가를 기다리며 달력에 하루하루를 지워갈 때, 가족의 면회를 기다리며 주말이 오길 바랄 때, 싫어하는 고참의 전역 날을 기다릴 때, 느림보 같은 시간이 무척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이십 대 초반의 느린 세상과 달리 지금의 시계는 쏜살같다. 올해 세운 계획 중에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했건만 벌써 8월이다. 조금만 지나면 회사는 사업계획을 세우라는 오더를 내리겠지. 그걸 하다 보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패딩을 꺼내 입겠지. 드문드문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라 아쉽다고 성토하고 나면 한 살 더 먹게 되겠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왜 이렇게 빨라질까, 궁금증이 일어 구글에 검색을 해보았다. 여러 글을 읽어 보니 거기에는 나름 몇 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1. 나이가 들면 생체 시계의 속도가 느려진다. 생체 시계가 더뎌지면 절대적으로 똑같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과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그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2.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한다. 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면 신경회로의 진동수가 빨라지고 시간에 대한 내 안의 기준이 빨라져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분비량이 감소하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1번과 연결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3. 기억의 양이 줄어든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낯설고 새로운 것이라 그만큼 기억의 양도 많게 되지만, 나이가 들어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면 기억해야 할 정보의 숫자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초행길일 때 가는 길은 무척 길게 느껴지지만, 돌아올 때는 금방인 것처럼 기억의 양이 줄어든 세계에서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4.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진다. 10살에게 1년은 인생의 10분의 일이지만 쉰 살에게 1년은 50분의 1에 해당하니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이 주장은 솔직히 기사에 나온 글을 옮겨 적으면서도 공감 가진 않는다.     

 

  요약하자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게 몸이든 신경망이든 뇌의 정보처리 속도든 내 몸 안의 시계가 느려지면서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의 감소, 많은 기사의 말미에 나온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많이 추구하고 도전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여러 기사를 읽으며 문득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운동이 시간을 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운동을 하면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고 그만큼 도파민 분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운동은 전반적인 신체 기능의 유지에 도움을 주기에 생체 시계의 속도가 더뎌지는 걸 지연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운동은 시간을 버는 일이 아닐까? 마치 신용카드를 쓰고 페이백을 받는 것처럼 운동에는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끝내는 그 시간을 돌려받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태산만큼 쓰더라도 티끌만큼 페이백을 해주지만, 어쩌면 운동은 쓴 것보다 더 큰 양을 돌려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때 운동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십 대 후반부터 서른 살까지 축구에 빠져 꽤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는데 그 시간을 다양한 경험에 쏟았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후회를 한 것이다. 그러고는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가기도 했다. 


  자꾸만 나를 앞질러 가는 시간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니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하루는 가볍게 러닝을 하고 그다음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는 식으로. 이런 노력이 미래의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시에 그림을 가로로 늘려놓은 것처럼 오동통해진 몸을 원래대로 돌려주길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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