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17] 팟캐스트에 대한 다섯!
안녕하세요, 위클리 파이브입니다.
하아~아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는 고단함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네요.
피곤한데 푹 쉬면서 갈 수도 없고, 멀뚱멀뚱 뜬 눈으로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고, 또 그렇다고 음악 듣는 것 이상의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은데, 붐비는 대중교통에선 폰을 들고 있기도 벅차죠.
그럴 때 팟캐스트가 생각나더라구요.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느낌, 똑똑해지는 느낌, 시간을 잘 사용하는 느낌이 드니까요. 왜... 대학시절 시험기간에 등굣길 지하철에서 벼락치기하면 마치 다 외워진 듯한 기분이 들곤 했잖아요. (=착각)
요즘 팟캐스트 뭐 들으세요?
오늘은 들어보면 좋을 팟캐스트들과
마케터의 관점으로 바라본 팟캐스트에 대해
소개드리도록 할게요.
#1
K-Pop Daebak Show
내가 뭘 들은 거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평소에 영어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팟캐스트를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CNN, BBC 같은 해외 뉴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이해가 잘 안 되고, 다 들은 후에도 '무슨 내용이었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조금 익숙한 주제를 다루면 알아듣기 훨씬 편하고, 영어 공부하기도 좋을 텐데 말이죠.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 분이라면, 에릭남을 좋아하신다면 더욱! 이 팟캐스트를 추천드려요. 에릭남의 '케이팝 대박쇼' 입니다.
호스트인 에릭남이 영어로 진행을 하면서, 그 주에 새로 나온 케이팝 음악/앨범을 소개하고 코멘트를 추가하는 형식의 콘텐츠예요. 케이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에릭남 본인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티징/홍보하는 채널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꼭 케이팝 관련 내용만 담는 건 아니에요. 에릭남의 아티스트로서의 고민, 근황 이야기, 생각이나 가치관 등을 자연스럽게 들어볼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에릭남은 해외 스타들과의 인터뷰 진행 실력으로 유명하죠. 딕션이 좋아서 알아듣기도 쉽고,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쇼를 매끄럽게 진행해서 케이팝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대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팬들과 소통하고 홍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야만 했던 아티스트가 이제는 여러 채널들을 통해 스스로 미디어를 구축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네요.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사운드 클라우드, 스포티파이, 아이튠즈(팟캐스트), 유튜브(영상), Merch, Discord, 그리고 뉴스레터까지.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채널을 썼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녹음은 다이브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이브 스튜디오는 뮤지션들을 위한 멤버십 기반의 공유 스튜디오입니다. 전반적인 음반 작업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의 촬영, 공연 등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유튜브 계정으로 가시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어요. (보이는 라디오라고나 할까요?)
일단 꼭 한 번은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2
더 파크
모든 콘텐츠가 조금씩은 다 그럴 테지만, 팟캐스트는 특히 '어떤 사람이 만드냐'가 콘텐츠의 재미와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똑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확 달라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더 파크'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팟캐스트입니다.
더 파크는 GQ에서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했던 글 쓰는 정우성, 일러스트레이터 그림 그리는 이크종(임익종)이 만든 2인 체제의 뉴미디어 스타트업이에요.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스스로를 '시간의 소중한 우리들을 위한 취향 공동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는 요즘 각광받는 '에디팅'이라는 개념과도 잘 연결되는데요. 기자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그들의 취향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 유저들에게 전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아무나 찾아와서 즐기는 공원
(the-park)
처음부터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래요. 그저 '아무나 찾아와서 즐기는 공원' 같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수다를 떨고, 썰 푼 것을 녹음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팟캐스트에서는 다양한 문학 작품과 넷플릭스 작품들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리뷰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아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리뷰 콘텐츠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취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알 수 있어요.
"시의성에서 자유롭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유행을 타지 않는 거죠. 넷플릭스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플랫폼이 시의성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옛날 영화도 넷플릭스에 들어오는 순간 언제든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되는 거죠. 뉴스와 달리 문화 콘텐츠는 시간에서 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 힘이 된다고 봐요."
워낙 재능들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림과 영상으로 콘텐츠를 자유롭게 확장하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업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는 우리이기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넷플릭스에서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더 파크 팟캐스트를 먼저 한 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3
Skimm This
이번엔 지난 위클리 파이브 '뉴스레터 특집'에서 소개드렸던 'theSkimm'의 팟캐스트, 'Skimm This'를 소개드릴게요.
Making Your Evening Smarter
더 스킴의 'Daily Skimm'이 아침에 보내는 뉴스레터(Morning Newsletter)라면, 'Skimm This'는 저녁에 듣는 팟캐스트(Evening Podcast)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시간)오후 5시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되기 때문에,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저녁에 운동을 하면서, 혹은 저녁을 준비하면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 날의 중요한 이야기, 왜 그것이 중요한지' 설명해주는 팟캐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다른 언론사들의 팟캐스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편향되지 않고, 빠르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한다는 점이죠.
넘쳐나는 가짜 뉴스, 그리고 포지션과 이익에 따라 편향된 관점을 제시하는 기존 언론의 뉴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그래서 이와 같이 전체 맥락을 제시하는, 그래서 판단은 청취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듯합니다. 통제권을 회복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주효한 것 같구요.
최근 에피소드는 트럼프 탄핵과 관련된 뉴스들을 연일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요. 평소에 잘 관심이 없기도 하고,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해외 뉴스 토픽들의 맥락을 파악하기에 유용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에 더 스킴이 있다면, 우리에겐 '뉴닉'이 있죠. 뉴닉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더 스킴을 벤치마크 했음을 밝힌 바 있는데요. 아침에 뉴스레터를 보내주는 뉴닉, 우리도 저녁에 뉴닉의 팟캐스트를 듣는 날이 올까요?
목요일 아침마다 여러분을 찾아가는 위클리 파이브, 저녁에 팟캐스트로 찾아갈 수 있을까요?
엣헴!
(목소리를 가다듬어 봅니다.)
#4
듣똑라
이것저것 알아야 할 건 많은데,
시간이 진짜 없어요.
요즘 직장인들은 정말 커리어적 성장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죠. 그런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공부는 어쩌면 욕심이자 사치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왠지 점심시간에 직장동료들이 '어차피 결국엔 부동산이야', '요즘 미세먼지 테마주 박살 났잖아'라고 하는 소릴 들으면 '나도 재테크 좀 알아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또 '최소한 세상 돌아가는 정도는 알아야지'라는 맘으로 정치, 사회 메인 기사라도 챙겨보고 싶은데, 연관된 이슈와 히스토리가 너무 많다 보니 짧은 시간으론 파악하지 못해서 결국 포기해버리게 되곤 하잖아요.
얼마 전에 마치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광고에 노출됐어요. 퇴근 후에 이것저것 정보를 좀 습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헤매는 모습 말이에요. 이 광고에서 말하는 '뉴스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경제, 커리어, 라이프' 등의 얘기들 모두 지금 우리한테 딱 필요한 얘기 같더라구요.
이제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듣똑라'는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친구'라는 슬로건으로 2030을 타깃으로 현재 이들이 파악하고 싶을 만한 이슈들을 심도 깊고 또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어요.
"하나의 뉴스로 전체 맥락을 읽기는 어려운 시대예요. 밀레니얼 세대는 수많은 뉴스를 하나하나 읽기엔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현장 취재 경험이 있는 저희가 뉴스의 맥락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뉴스를 친절하게, 또 쉽게 설명하면서 거기에 뉴스를 전달하는 저희의 시각도 살짝 넣어주는 것이 <듣똑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듣똑라 홍상지 기자)
이거 대체 누가 하는 거야?
팟캐스트를 유튜브, 인스타에 매체비를 써가면서까지 광고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알고 보니 '듣똑라'는 '중앙일보'가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기자들이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현직 중앙일보 기자 3명이 모든 콘텐츠를 기획해서 팟캐스트와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어요. 기존 미디어가 쉽사리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를 통해 발행하려고 하니까요.
이제는 유튜브 계정과 뉴스레터 또한 활용하고 있어요.
단순히 유튜브, 뉴스레터로 채널만 확대한 것이 아니라요. 각 채널의 성격을 정확히 캐치해서 서로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요. 유튜브에선 유튜브의 화법으로, 뉴스레터에선 뉴스레터의 화법으로 말이에요.
사실 중앙일보 같은 기성 미디어가 이런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워요. '레거시 미디어 위기론'이 나온지는 정말 오래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험들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현재 돈을 벌고 있는 분야가 확실한데, 그걸 제쳐두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죠.
같은 맥락으로 최근 급속도로 성장해 큰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 fol:in(폴인), 월정액 기반의 매거진 구독 서비스 조인스 프라임도 중앙일보에서 운영하고 있고요. JTBC도 스튜디오 룰루랄라에 힘을 쏟고 있잖아요. 중앙그룹의 최근 이런 행보들을 보면 레거시 미디어의 뉴미디어 적응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지켜보는 재미가 있네요.
#5
광고 플랫폼 관점에서의 팟캐스트
앞서, 들어보면 좋을 팟캐스트들을 소개드리다 보니, 마케터 입장에서 팟캐스트의 매체 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래서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팟캐스트는 라디오랑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기본적으로 팟캐스트는 라디오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한 매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진행자의 배경과 매력, 컨셉이 콘텐츠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라디오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구요.
다른 점이 있다면 오디언스가 대중 전체가 아니라, 어떤 특성 니즈를 가진 타겟들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또 라디오는 들리는 미디어에 가깝고, 팟캐스트는 찾아 듣는 미디어라는 것도 다른 점일 거예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요.
팟캐스트는 굉장히 저평가된
광고 플랫폼 아닌가 싶어요.
1. 들리는 걸 듣는 게 아니라, 따로 찾아들을 정도의 높은 청취자 로열티가 있다는 것
2. 채널 청취자의 세그먼트와 성향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것
이거 마케터에게 참 매력적인 매체 아닌가요?!
타겟에게 도달이 되어도
실제로는 사람들이 광고 콘텐츠를
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지?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 때 마케터로서 현타가 오는데요. 물론 그래서 마케터들은 영상 재생시간을 확인하며 크리에이티브를 최적화하는 거지만, 이런 본질적인 두려움은 늘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팟캐스트는 마케터에게 정말 고마운 매체일 거예요.
왜냐하면 67%의 팟캐스트 청취자가 '자신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광고가 어떤 브랜드의 어떤 광고인지 떠올릴 수 있다'라고 대답하거든요. 또 청취자의 78%는 '팟캐스트에 광고가 나와도 괜찮다'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더 놀라운 건 63%의 청취자가 '광고를 듣고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것이죠.
또, 팟캐스트 광고는 라디오 광고에 비해 자유도가 높다는 차별적인 장점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적극적인 광고가 가능하고, 크리에이티브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기존 광고 플랫폼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광고효과, 또는 미디어 임팩트도 노려볼 수 있게 되죠.
여러 소스를 통해 앞으로 팟캐스트 시장이 더 커질 것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청취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광고수입도 급격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구요.
크리에이터 사이에서도 팟캐스트는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유튜브에서 팟캐스트로 본거지를 갈아타는 크리에이터가 생기 시작하기도 했어요. 이중에는 유튜브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거대 채널들도 있는데, 팟캐스트만의 매력을 찾아 넘어오고 있는 거죠.
물론 현재 시점엔 팟캐스트가 미디어 믹스를 구성할 때 먼저 고려되는 매체는 분명 아닐 거예요. 하지만 광고시장의 성장세나 임팩트를 미루어 보았을 때, 앞으로는 조금 더 주목해야 할 광고매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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