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8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포함해 여태까지 총 4곳의 회사를 다녔었는데 다닌 회사들 모두 근무조건이 주 5일이었다. 아주 가끔 출장이나 특근을 포함해 토요일에 몇 번 출근한 적은 있었지만(그래 봐야 오전에 잠깐 출근하고 퇴근하는) 아직까지는 나에게 있어 주말 출근은 별로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주말 출근을 밥 먹는 듯이 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만약 저렇게 일하다가는 스트레스에 미쳐 분명 제 명에 못살았을 것이다. 차라리 돈을 덜 벌지언정 주말이 없는 삶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예전엔 몰랐다. 주말이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날이며, 매주 돌아오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못 잤던 잠을 몰아잘 수 있고,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며 평일을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나를 재정비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주말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똑같은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주말에 쉴 수 있는 건 아님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이후로 아마 더 주말의 소중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평일엔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엔 온전히 나를 위해 쉴 수 있는 시간이 사소하지만 이 사소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태어날 때 나는 엄마를 무척 고생시키며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어릴 때 잔병치레가 많았어서 입원도 많이 하고 약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너무 어릴 때라서 그런지 지금은 거의 기억나는 건 없지만 어렴풋이 내 팔에 링거가 꽂혀있었던 기억은 약간 나는 듯하다. 그렇게 아주 어렸을 때는 건강으로 부모님께 걱정을 많이 끼쳤다.
다행히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크게 아팠던 기억은 없다. 중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돼서도 크게 병원에 간 적도 없고 골절상이라던지 사고 없이 지금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만약 내가 여전히 아프고 잔병치레가 많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그리고 먹거리, 여행, 그리고 일 지금 나에게는 너무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분명 어느 한 부분이라도 건강하지 못했다면 일상이 되지 못했을 부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되던 해 부모님 품에서 독립을 했다. 대학교 입학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쭉 혼자 지내왔다. 그렇게 약 10년 가까이 상경하여 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작년 이듬해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시고 심지어 남동생도 가까이에서 살고 있었지만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이 독립 시작 때부터 알게 모르게 깊이 박혀 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다행히 주변에 대학교 친구들이나 고향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남자 친구도 계속 있었지만 혼자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은 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외롭지 않은 것과 내 편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였다. 다행스럽게도 혼자 살면서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회사생활과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도 꽤 있었지만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 편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일뿐.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단단해져 갔던 것 같았다.
근데 결혼을 하고 나니 예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들에게는 전혀 의지하지 않던 내가 조금씩 지금의 신랑에게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 이 감정이 들었을 무렵에는 내가 나약한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감정이 익숙해지면서 점차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 것 같다.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구나. 내가 하는 일들을 진심으로 지지해주고, 또 힘들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이 글을 쓴 김에 오늘만큼은 신랑에게 특히나 더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아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굳이 더 좋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제보다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에 더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를 보낸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