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협영화가 영화관을 장악한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어린 나는 딱히 볼 것도 없어서 무협영화에 발을 들였고 얼마 후 열광하게 되었다.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베트남 음식에 더 친숙한 단어, 혹은 불혹을 넘겼지만 조각 같은 외모를 아직도 자랑하는 한 남자 배우의이름.. 이 아닌...
여하튼 무림의 고수들이 바람과 먼지를 일으키며 등장하던화면은 일품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한민족은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반세기가까이 굳건한 국민 오락프로인 전국 노래자랑,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 구별하기 힘든 수준급 실력을 갖춘 각종 오디션 프로, 복면을 하고 가창력을 뽐내는연예인들이 몇 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프로그램 등등,또 전 국민들 애용하는 오락시설인 노래방이 건물마다 성업(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멀리해야 하지만..)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진심많은 것이 틀림없다. (참고로 필자는 노래엔 젬병이다.노래방도 이런저런 이유로 안가본지 오래이다.)
말하자면..
한민족은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많지만 글을 잘 짓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브런치의 세계에서 나는 절실히 느끼고 있다.
브런치의 강호는 넓고 문장의 고수는 많다고...
그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글을 읽는 것인지 글이 나를 읽는 것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어허우적거린다. 겨우 빠져나오면 문아일체의 경지가 이런 거구나 생각한다.
나는 하수 중에 하하수, 심연의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가고수들이 가르는 물살의 여운을 받고 꿈틀대고 있다.그들이 내뿜는 문체의 빛에 눈이 부신다. 내 눈이, 내 안의 문장이 깨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