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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Aug 26. 2020

옥상




옥상  




주차장을 돌고 돌아 옥상까지 올라간다

먼지에 쌓이려나

새똥에 분칠 되려나 

열기가 뜨거우려나 투덜대려는 순간

다소곳한 옥상이 날 맞이한다.


고3 야자 시간에 친구들과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 떠오른다 

사진 속 옥상 풍경은 그저 그런 까만 하늘뿐

카메라 플래시에 고양이 눈의 꿈 많은 여학생들

뒤로 까만 하늘에 보이지 않은 별들이 무수했을 것이다  

그녀들은 그 별들을 찾으려 그곳을 찾았을 것이다


해가 쉬어가는 곳

노을이 숨는 곳

바람이 말없이 앉았다 가는 곳

별들이 내려와 잠자다 가는 곳

계절을 떠나는 나뭇잎이 머물다 가는 곳

빗방울이 점을 찍고 내려가는 곳

배고픈 고양이 착지했다 떠나는 곳

가끔은 성문 열리는 소리 따라

고추, 무, 이불들이 잠자고 가는 곳

구름을 가장한 담배연기가 한숨을 쉬는  곳

가방과 교복이 난간미적거리다 사라지는 곳

두리번거리는 남녀가 열정을 벌이다 가는 곳

오랫동안 침묵이 누워있다 가는 곳

굶주린 방문을 마다하지 않 헐어버린 창녀의 질벽 같은 곳

세월의 무늬가 바닥을 장식하는 곳

 

매일 아침

빈자리 지나쳐 돌고 돌아 그곳에 다다른다

나를 주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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