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내가 10대일 때엔 어서 20대가 되었으면 했다네
나의 1*이란 숫자는 책갈피로 쓰고도 남았지
20대가 되었을 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30대를 궁금해했네
나의 2*이란 숫자는 대학 강의실 한쪽 벽에 걸려있을 테지
어느 노래방 의자에도 놓여있을 테지
나의 30대는 연년생과 함께 시작을 했다네
그 사실조차 30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다네
나의 31은 아이 유모차 주머니에 숨어 있을 것 같고
33은 동네 공원 놀이터에서 뛰어다닐 것 같고
나의 3*은 막냉이 포배기에 쌓여있을 것 같네
아이들의 나이와 학년은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하는 중이고
나의 나이와 직장은 산사태에 덮인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네
나의 4*이란 숫자는 아버지의 휠체어에 앉아있네
어머니의 굽어진 어깨에도 앉아 있네
분주한 아침 출근길과 아이들 책가방에도 자리하네
생각해보면 내 안에도 숫자가 자리하고 있지
어릴 적 이마를 짚어주던 부모님의 체온 36.5
남편을 만났던 가슴 뛰는 나이 20
까르륵 걸음마 걷던 아이들의 신발 문수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독수리 손가락 6
나의 숫자와 내안의 숫자들
따뜻이 품었다가 꿈틀거릴 때 나뭇가지에 매달아 보네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로 없을 것이네
나뭇가지 가지마다 빛나고 빛나다가
밤하늘로 날아가 별이 될 것이네
우주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