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위나 Jul 21. 2020

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내가 10대일 때엔 어서 20대가 되었으면 했다네

나의 1*이란 숫자는 책갈피로 쓰고도 남았

20대가 되었을 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30대를 궁금해했네

나의 2*이란 숫자는 대학 강의실 한쪽 벽에 걸려있을 테지

어느 노래방 의자에 놓여있을 테지

의 30대는 연년생과 함께 시작을 했다네

그 사실조차 30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다네

나의 31은 아이 유모차 주머니에 숨어 있을 것 같고

33은 동네 공원 놀이터에서 뛰어다닐 것 같고

나의 3* 이 포배기에 쌓여있을 것 같네

아이의 나이와 학년은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하는 중이고

나의 나이와 직장은 산사태에 덮인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네

나의 4*이란 숫자는 아버지의 휠체어에 앉아있네

어머니의 굽어진 어깨에도 앉아 있네

분주한 아침 출근길과 아이들 가방에도 자리하네

생각해보면 에도 숫자가 자리하고 있지

어릴 적 이마를 짚어주던 부모님의 체온 36.5  

남편을 만났던 가슴 뛰는 나이 20

까르륵 걸음마 걷던 아이들의 신발 문수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독수리 손가락 6

나의 숫자와 내안의 숫자들

따뜻이 품었다가 꿈틀거릴 때 나뭇가지에 매달아 보네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로 없을 것이네    

나뭇가지 가지마다 빛나고 빛나다가

밤하늘로 날아가 별이 될 것이네 

우주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네









이전 06화 어행오불내다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