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호수에 다녀왔다
비가 되고 호수가 되고 싶은 날이다
비 내리는 호수에 다녀왔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스치는 날이다.
비 내리는 호수가 궁금해 호수로 달려갔다.
소리 없는 빗줄기가 호수로 사라진다.
비는 온몸으로 호수가 된다.
호수의 내면이 늘 궁금했다.
햇빛 맑은 날은 은색 물결 반짝이고
바람 부는 날은 끝없는 물결 일렁이고
흐린 날은 먹장구름 가득 끌어안고
호수 깊은 곳은 표정을 알 수 없어 막막했다.
사람의 내면이 호수라 생각했다
낮과 밤의 무게를 이겨내고
저녁과 새벽의 교차를 견디고
바람과 햇빛에 부딪히면서
호수는 호수만큼의 인내를 한다.
비가 되어 호수로 뛰어든다
물결은 차갑고 심연은 일렁이고 있었다.
희로애락이 요동치고 애오욕이 끓고 있었다.
비는 눈물이었다.
비 내리는 호수에 다녀왔다.
비가 되고 호수가 되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