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대로' 그림책 10_선(이수지)
한 아이가 얼음에 선을 그린다.
선은 겹치기도 하고,
꼬이기도 하며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다 선은 음악이 된다.
아이는 두 팔을 벌려
자신이 그린 선 안으로 들어간다.
높이 뛰어올라
새로운 선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쿵! 하고 넘어지고 만다.
이야기가 끝나버린 건가 생각했다.
아이가 그려지던 종이가 구겨진 채로 그림책에 나타난다.
그러다 펼쳐진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쪽 면에서 홀로 선을 그리던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수많은 선을 그린 아이들이 있었다.
가끔 나 홀로 선을 그린다고 생각했을 때가 많다.
다른 사람과 분리하는 선을 그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연결하는 선을 그리기도 한다.
수많은 선을 그리며 어떨 때는 나만 애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왜 나 혼자 이렇게 애를 쓰고 있지?'
그런데 사실 혼자 그렇게 선을 그리고 있던 건 아니었나 보다.
내 선에만 도취되어 내 곁에 나와 연결하는 선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
다른 누구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