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가다] : 들어가며

첫 번째 이야기

by 그린

"대안학교? 그거 문제 있는 애들이 가는 데 아닌가?"

대안학교 이야기를 꺼내면 열 명 중 아홉 명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이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교육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대안학교의 존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지금, 대안교육을 대하는 세간의 반응은 훨씬 다채로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대안학교의 아이들은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외국 어딘가에 있다는 학교처럼 자연을 벗삼아 숲에서 수업을 듣는 광경을 우리나라의 대안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까요? 그 아이들은 정규 수업에 얽매이지 않는 대신,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것들을 배우며 자유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걸까요? 그도 아니라면,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풀이라도 캐는 걸까요?

아무래도 실제 대안학교 학생에게 물어보는 편이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너희들은 뭐 하고 사니?"


여기, 우리가 찾던 대안학교 학생이 있습니다. 대안 특성화 중학교에 재학 중인 열네 살짜리 학생입니다. 그런데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에 대해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직 학교를 일 년밖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학교에 대해 논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이 년이 지났습니다. 이 학생은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다시금 찾아가 대안학교에 대한 글을 부탁하자, 이번에는 이렇게 대답하는군요.

"고등학교에 진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대안교육과 정규교육을 올바르게 비교할 수 없다."

역시나 맞는 말입니다. 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사 년이 지났습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2학년으로 재학 중이라고 합니다. 중등 대안교육, 중등 공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에 대한 모든 경험이 쌓인 지금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대안교육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답변이 돌아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남의 이야기'가 그렇듯, 물론 이 이야기 속의 학생은 제 자신입니다. 저는 약 7년 전 대안학교에 입학하여 그곳에서 삼 년을 살았고, 약 4년 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 마찬가지로 삼 년을 살았고, 약 1년 하고도 열 달 전쯤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사실 대안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던 당시에는 제게 대안교육을 직시할 힘이 없었습니다. 이전까지 받았던 공교육은 초등학교 교육이 전부였기 때문에 대안교육과 정규 교육을 올바르게 비교할 수 없기도 했고, 공교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안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한동안은 '대안교육이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할 역량을 갖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학교급, 교육 방침, 설립 목적, 생활 방식 등 ‘학교’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란 단어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세 학교를 모두 겪어낸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전에 몸담았던 대안학교를 제대로 되돌아볼 자신이 생겼습니다.






교육은 대한민국에서 실로 뜨거운 화두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는 공교육의 부실함을 비판하고, 누군가는 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누군가는 교육 제도를 이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교육 제도가 지금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외칩니다. ‘대안학교’라는 단어는 수많은 견해가 들끓는 그 용광로 속에서 작게나마, 그렇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며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실제 대안학교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안학교의 현실을 정확히 알기란 상당히 막막한 일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는 몇 번의 손놀림과 도서관을 오가는 몇 번의 발걸음 정도만 있으면 대안학교의 정의가 무엇인지, 대안학교란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향성을 채택하는지, 우리나라에 총 몇 곳의 대안학교가 있는지 정도는 손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의 틈바구니에서 ‘실제 대안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를 ‘학생의 목소리’로 풀어낸 정보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사실 역시 곧 알아낼 수 있습니다.

대안교육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 대안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미 가치 판단이 입혀진 논평과 주장을 접하기 이전에 실제 대안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대상의 의의와 한계를 논하는 것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을 논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생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한 글을 씁니다. 예찬의 느낌도 비판의 느낌도 일절 묻어나지 않은, 담백하고 간결하게 대안학교 학생의 일상을 그려낸 글이야말로 대안교육의 실제를 가감없이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일상을 들여다보며 이것이야말로 내가 지향하던 학교의 모습이라고 감탄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이를 보고 대안교육 커리큘럼의 효율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옳고 그름이란 없습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의 대안학교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를 그려낸 스케치나 진배없으며, 그 스케치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느끼게 하는가에 따라 대안교육의 존립과 발전 여부는 변해 갈 것입니다. 여기에, 최선을 다한 스케치를 내어놓겠습니다. 가치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제, 대안학교로 떠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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