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지금부터 아주 터무니없는 상상을 한번 해 봅시다. 당신이 대안학교라는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는 열세 살 학생으로 돌아가, 대안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 보는 것입니다. 당황스러운 상상이죠? 애초에 대안학교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다짜고짜 그곳에 입학이라니.
당신은 대안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따르기로 마음먹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대안학교’를 검색하는 것이죠. 아마도 다음과 같이 대안학교의 정의를 담은 웹 백과사전 몇 개가 먼저 눈에 띌 것입니다.
‘공교육과 달리, 자율적인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
‘기존 교육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로 새롭고 독립적인 운영을 택하는 학교’.
그 밑으로는, ‘대안학교란 무엇일까? 한번 알아보자!’ ‘대안학교, 국내 학력인정 가능?’ ‘대안학교 뜻과 종류’ ‘우리나라 대안학교 목록 알아보아요’ 와 같은 제목의 블로그와 웹사이트가 우수수 뜰 것입니다. 개중에는 제법 짜임새 있는 내용을 갖춘 글도 있지만, 온갖 이모티콘과 관계없는 사진으로 도배된 채 정작 별다른 내용은 없는 글도 있겠죠. 몇 번의 클릭을 거쳐 당신은 대안학교가 학교마다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채택하여 운영되며, 졸업 시 학력으로 인정되는 대안학교와 그렇지 않은 대안학교가 있고, 별도의 면접 전형을 거쳐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하, 이제 조금은 감이 오는군요. 인터넷을 대강 훑어본 당신은 이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합니다.
만일 대안학교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교육 관련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이런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일반 공교육하고는 다른 커리큘럼을 채택하는 학교야.”
“인가받은 학교가 있고, 비인가된 학교가 있지 않아? 어느 쪽 말하는 거야?”
그러나 그 사람이 대안학교에 일절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대안학교? 그거 문제 있는 애들이 다니는 학교 아니야?”
“아, 학교 적응 못 하는 약간 특이한 애들이 다니는 데 맞지? 근데 거기는 왜?”
“대한학교.......? 이름 되게 특이하네.”
대안학교가 어떤 곳이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어렴풋이 감을 잡은 당신은 대안학교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습니다. 대안학교의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앞으로 당신이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웬걸, 아무리 많은 책을 들춰 보아도 당신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 시원하게 긁어 주는 내용은 없습니다. 외국에 이런 학교가 있구나, 그래 알겠어, 그런데 우리나라 대안학교들은 어떻냐니까? 아니, 평가와 가치를 논하지 말고 정확히 대안학교에서 뭘 하는지 알려달라니까? 특정 종교 교리를 가르치는 대안학교가 있는 것도 알겠지만, 순수하게 교육적 의미를 표방하는 대안학교의 일상도 알고 싶다고.
책이 수북이 쌓여 갈 즈음, 비로소 당신은 이 수많은 책들 중 어디에서도 당신이 정말 알고 싶은 ‘대안학교의 일상’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나 이제 어떡하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입학해야 하는 거야? 하다못해 한국인이 해리포터 시리즈만 읽고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게 훨씬 낫겠네.
대안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대안학교의 일상이 이렇다’라고 쉽사리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들은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으며, 그 학교들이 각각 스스로의 색에 맞게끔 서로 다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설립목적도 운영 방침도 교육과정도 모두 다르고, 따라서 그 안의 학생들이 경험하는 일상도 천차만별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대안학교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는 대안학교 중 한 곳에 입학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 학교가 대한민국의 대안학교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학교가 대안학교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나의 사례를 확인한다면, 대안학교가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생생한 감각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우리에게 낯선 국가 하나가 새롭게 등장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인터넷 및 각종 자료 검색을 토대로 해당 국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충분히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그 국가의 사람 중 일부를 직접 만나 본다면, 자료 검색에 기반해 그려낸 그림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설사 그가 그 국가를 대변한다고 하지 못할지라도요. 우리의 상상도 그와 비슷한 의의를 지닙니다.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도 상의 같은 목적지를 추구하는 셈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어떤 길을 어떻게 가는지는 제각기 다릅니다.
우리가 지금부터 들여다볼 학교는, ‘인문학’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학교입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뒤를 맥없이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짐을 챙기고 방향을 정해 나아가는 ‘능동적 사유’의 인간상을 추구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챙겨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하며, 동시에 '스스로' 살아가지만 '혼자만' 살아가지는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커리큘럼 역시 자아에 대한 탐구를 우선으로 둡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생태학적 가치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는 세 단계의 교육과정을 택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치로, 다른 대안학교들 역시 각자가 지향하는 교육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재상에 맞춘 교육 과정을 채택하겠지요. 가는 길도, 방식도 다르지만 결국 그 기저의 메커니즘은 동일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대안학교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볼 차례입니다.
때마침 학교에서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캠프에 참석하라는 내용입니다. 이곳에서의 일 년이 막 시작하려 하는 참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안학교로의 여행을 떠나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