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가다] : 3월,
대안학교의 수업이란?

다섯 번째 이야기

by 그린

하루 일과와 수업 방식

입학 후 첫 일주일을 보냈다면, '신입생'에서 '1학년'으로 변모하여 본격적으로 학교의 사이클 안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몸담게 된 학교의 하루 시간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어요

학교의 아침을 여는 것은 '기상송'입니다. 학생들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기숙사 게시판에 적어 내면, 매일 아침 사감 선생님이 신청곡 중 노래 몇 곡을 뽑아 기상송으로 틀어 주시곤 합니다. 아침 일찍 각 방에 연결된 스피커로 노래가 흘러나오면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면을 해야 합니다. 식당의 문은 일곱 시부터 열리는데, 아침마다 남자 기숙사와 여자 기숙사 간 서로 아침을 먼저 먹기 위한 경쟁 아닌 경쟁이 펼쳐지곤 합니다. 여자 기숙사에서 일찌감치 출발한 날은 식당 줄의 앞부분이 모조리 여학생들이고, 남자 기숙사에서 더 먼저 출발한 날은 남학생 무리가 우르르 들어가고 난 다음에야 뒤늦게 여학생들이 밥을 먹게 되는 것이죠. 식당은 자율배식제를 실시하며 잔반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활을 스스로 꾸려 나가는 힘을 기른다는 학교의 가치관에 따라 자연히 식기 세척도 전교생이 순서를 정해 하루씩 돌아가며 맡게 됩니다. 그날의 식기 당번인 학생들에게는 밥을 남들보다 먼저 먹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고, 가끔 식당 조리사 분들께서 식품 창고 안에 있던 간식을 몇 개 쥐어 주시기도 합니다.

밥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가볍게 아침 청소를 합니다. 자신이 맡은 기숙사 담당 구역으로 가서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 내는 정도입니다. 청소를 마치면 기숙사에서 본관으로, 약 3분 정도가 소요되는 등교를 합니다. 전날 하지 않은 숙제를 아침에 몰아서 하는 친구들도 있고, 노래를 듣는 친구들도 있고, 교실마다 비치된 컴퓨터로 뉴스 탐색을 가장한 인터넷 서핑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끌벅적하던 교실도 아침 여덟 시 정각이 되어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일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집니다. 매일 아침 학생회 담당 부서에서 틀어 주는 이 음악은 '사색 시간'을 위한 것으로, 매일 아침 여덟 시부터 오 분간 진행되는 이 사색 시간에는 전교생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차분한 명상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음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아침 독서가 시작됩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으며, 학교에서 지급하는 독서 기록 책자에 인상적인 대목, 느낀 점, 기억해두어야 할 지식 등을 적어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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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식은?

아침 독서 이후 1교시가 시작되면, 해당하는 과목의 담당 교실로 이동해서 수업을 듣습니다. 우리가 현재 들여다보고 있는 학교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과목들은 정규 공교육의 커리큘럼에서 채택하는 과목과 동일합니다. 다만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교과서가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모든 수업이 교과서를 참고하기는 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수업의 전부는 아닙니다. 대부분 수업 방식은 해당 교과목 담당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활동책' 내지는 비슷한 이름의 수업 보조 교재를 직접 제작하여 활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활동책은 다양한 방식을 택하는데, 주로 다음과 같습니다.


- 학생이 주도적으로 내용을 채워 나가게끔 구성되어 있는 활동책. 이를테면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고 학생이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내용을 관련 서적에서 찾아 조사해야 하는 방식, 제시된 글 속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된 내용을 찾아 빈칸을 채우는 방식, 교과서에 나온 특정 내용을 토대로 해당 내용과 관련된 분석을 진행한 후 자신의 분석이 택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게끔 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 교과서 및 정규 교육 과정에 등장하지 않는 개념과 배경, 실제 사례를 종합한 활동책. 해당 교과 과정의 개념과 연관되어 있지만 보다 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개념의 존재를 소개하며, 해당 개념이 어떤 것일지 미리 상상하고 추론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내용을 구성하여 '나만의 교과서'를 제작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체험 위주의 교습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서적을 찾고 해당 서적을 참고하여 글을 쓰거나, 영상 및 기타 자료를 활용하여 컨텐츠를 직접 창작하는 활동도 자주 진행됩니다. 상당수의 수업이 '거꾸로 수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먼저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게 한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오류를 정정하며 다음 개념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습자가 지식의 핵심을 콕콕 짚어 학생에게 전달하는 이른바 '떠먹여 주는 공부'가 훨씬 편하다고 느끼는 학생의 경우에는 이런 방식이 여간 황당한 것이 아니겠죠.

공교육 커리큘럼과 유사한 과목 외에, 학교에서 직접 택하여 개설한 교과목도 존재합니다. 건축, 무용, 국학(주로 논어, 소학 등 동양 고전을 다루는 내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는 소수의 교과목도 커리큘럼의 일부에 속합니다.


1차 방과후학교

정규 수업 이후에는 방과후학교 수업이 진행됩니다. 방과후학교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진행되는 1차 방과후학교와 저녁 식사 이후에 진행되는 2차 방과후학교로 나뉩니다. 이는 마치 대학 수업 시간표와 유사하여, 학생들은 희망하는 강좌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수강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공강 시간으로 남겨 놓을 수 있지만 모든 학생이 반드시 하나 이상의 수업을 수강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방과후학교 수업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진행되는 수업, 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되는 수업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1차 방과후학교는 주로 학업에 관련한 강좌가 많이 개설됩니다. 영화로 철학적 사유하기, 제 2 외국어 회화, 영미권의 문학 작품 원어로 탐구하기, 과학 실험하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강좌가 매 학기 열립니다. 정규 수업의 내용을 반복하는 보충 수업 개념이 아닌 엄연히 고유한 강좌이므로 자신이 평소 관심있던 분야를 선택해 수강하면 됩니다.


인문학 수업, 스포츠 클럽

그 외에도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등 특정 요일에 한해 제공되는 수업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수업이 어느 요일에 제공되는지는 매 학기마다 변동이 있지만, 수업 구성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인문학 수업은 격주로 진행되는 특별 수업입니다. 학교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연극, 철학, 영화, 요리, 역사,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 중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분야가 융합된 수업을 제공합니다. 각종 희곡을 다루며 그 안에 담긴 커뮤니케이션학적 의의를 탐구하는 강좌,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한 영화를 미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사회상을 탐구하는 강좌 등이 그 예입니다.

스포츠 클럽은 매주 진행되는 활동으로,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스포츠 부서에 가입하여 해당 스포츠 활동을 진행하는 시간입니다. 축구, 농구를 비롯한 대중적인 스포츠 부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스포츠 부서 역시 다수 존재합니다.

이들 특별 수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합시다.


청소

청소는 하루 일과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실제로 학교에서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육 목표 중 하나인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 나가는 능력'을 생활 속에서 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청소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좀 더 풀어 말하자면 이런 것이죠. "자기 방 하나 제대로 못 치운다면 능동성을 논할 수 없다!" 과연 이 목표는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처음 입학할 때는 자신의 방 정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학생일지라도, 졸업할 즈음이 되면 어떤 공간에 어떤 도구를 적용하여 청소를 해야 하는지 훤히 꿰뚫는 청소 전문가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청소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교에 머무는 나날 동안 수많은 청소 시간을 거쳐 가야 합니다.

1차 방과후학교가 끝나면 청소 시간이 되는데, 이때에는 학교 건물 중 각자 맡은 구역으로 향해 같은 구역 친구들과 함께 청소를 해야 합니다. 청소 구역과 종류는 실로 다양해서 청소 구역 선정 과정이 굉장히 치열하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지 건물 안을 쓸고 닦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운동장의 낙엽 쓸기, 화단의 잡초 뽑기와 같은 것도 청소 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끝마치고 담당 선생님께 점검을 받아야만 비로소 저녁식사를 하러 갈 수 있기 때문에 모두들 '최대한 빨리, 그렇지만 정확하게' 청소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2차 방과후학교

저녁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덧 2차 방과후학교 시간이 됩니다. 1차 방과후학교와 달리, 2차 방과후학교는 예체능 관련 강좌가 대부분입니다. 학교에서는 '1인 1악기/예술'을 모토로 내걸어 이 2차 방과후학교 중 하나를 수강할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가야금, 해금, 트럼펫, 기타, 클라리넷, 첼로와 바이올린, 사물놀이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 강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강의를 진행합니다. 비단 악기뿐만 아니라 미술, 태격, 재즈댄스, 합창 등 다른 예술 분야의 강좌도 다수 존재하니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선택하여 수강하면 됩니다. 2차 방과후학교의 강사진 중 대부분이 이곳에 수년간 방문하며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신 분들이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강사님과 학생들의 유대감은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2차 방과후학교 덕분에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학교 곳곳에는 가야금 소리, 사물놀이패의 연주 소리, 현악기 소리, 합창부의 노랫소리 등 많은 선율이 울려퍼지곤 합니다. 모든 부서는 연말에 있을 공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여 열심히 연습합니다.


기숙사

2차 방과후학교가 끝나면 기숙사로 돌아갑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기숙사 점호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를 '알짬'이라고 부릅니다. 각 방의 인원이 모두 모인 것을 체크한 뒤 사감 선생님이 공지사항을 말씀하시고, 오늘 하루 칭찬할 것이 있었던 사람을 칭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칭찬이 하루 일과의 일부분이라고?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칭찬 시간의 열기는 매우 높아 일찌감치 손을 들지 않으면 칭찬 기회조차 받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알짬이 끝나면 하루 중 학생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간식 시간이 됩니다. 모두가 로비에 둥글게 둘러 앉아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곤 하는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간식을 먹은 이후에는 자신이 맡은 구역을 청소하러 가야 합니다. 아침 청소가 가벼운 정리정돈 느낌이라면 저녁 청소는 보다 본격적인 느낌으로, 쓸고 닦고 빛내는 것을 비롯해 각자에게 주어진 도구로 할 수 있는 한 깨끗함이란 깨끗함을 모조리 추구해야 합니다. 사감 선생님과 사생장에게 청소 검사를 받고 나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자율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자율학습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사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더 급한 학생들은 몰래 요령껏 숙제를 하거나 읽어야 하는 책을 읽기도 합니다. 자율학습이 끝나면 비로소 잠자리에 들며, 긴 하루가 끝납니다.






이것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우리가 맞이하게 될 평범한 하루 일과입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이런 시간표를 반복하기만 하는 학교라면, 특별한 교육 목표를 지향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모름지기 이곳의 학생이라면 시간표 바깥으로 뛰쳐나가 새로운 활동을 맞이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4월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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