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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생의 오후 Aug 22. 2021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북리뷰

30년차 교사로서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라는 제목의 책은 제목에서부터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젊은 시절 사범대학 학도로서 교사가 된다는 것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동경한다든지, 청소년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든지, 아동이나 청소년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지킨다든지 하는 다분히 낭만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같다. 물론 이런 부분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교사로서 오랫동안 외롭고 힘든 교단을 지킬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내 생계를 위해 아이들에게 지식이나 돌봄, 생활지도와 같은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왔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교단에서 30년을 생활하며 아이들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 나로서 이제와서는 교육학의 이상적인 이론보다는 아이들의 매일의 일과, 아이들의 소소한 즐거움, 아이들의 미래 밥벌이 이런 부분이 먼저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지난생활 교단에서의 교육의 본질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그 이전부터겠지만 내가 교직생활을 시작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모방하고 부지런이 따라가는 후발 주자에서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위치에까지 발전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여기에 필요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부지런히 양산해서 산업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육은 학생을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고 국가 산업발전에 필요한 선진 지식을 부지런히 주입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인재양성 공장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꽤 한동안은 이런 교육이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투자 대비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1990년대는 물론 그 이후로도 한참은 대학졸업장이 곧 대기업 입사와 함께 몇천만원의 연봉을 약속하는 보증수표와 같았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의 내 대학동기들은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을 2~3군데 이상 합격하고 더 좋은 조건을 따져가며 입사를 했었다. 말하자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조만간에 그 노력이 현금화되어서 자신의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직접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대학졸업장이 오히려 학자금대출 상환증서와 같은 상황이 되었으니 그 사이의 세상이 얼마나 천지개벽할 변화를 겪었는지를 알게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대출금 상환증명서가 되는 상황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부터 도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배움으로부터의 도주>에서 저자 사토 마나부 교수는 교실 붕괴, 학교 붕괴는 이런 생산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공장시스템의 학교교육의 종언이 가져온 당연스런 결과이며 오히려 여기서 새로운 '배움'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학교교육의 희망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는 교사 개인, 학생 개인의 개별적인 문제라기보다 압축된 근대화를 달성한 동아시아형 교육의 공통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사노 마나부 교수는 21세기는 지난 세기와는 다른 인재상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한다. 20세기의 교육으로는 21세기가 필요로하는 인재를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으며, 사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은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교육을 견뎌내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21세기의 인재상이란 지식을 소유하는 역량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한 역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창의적인 역량, 지식이나 기능을 받아들이고 축적하는 역량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말한다. 사토 마나부 교수는 포스트 산업주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초학력을 다지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되고 복잡한 사회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배움을 실현시켜 주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지식을 소유하게 하는 능력이 아니라, 곳곳에 산재해있고 진화하는 지식을 어떻게 빠르게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조합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만들어내고 이를 현금화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고, 수업이 바뀌면 잠자던 아이들이 깨어나고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실험하고, 시행착오와 실패를 체험하며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은 왜 교실에서 수업이 힘든지, 왜 아이들은 배움을 즐거워하지 않는지 성찰하게 해준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미래지향적이다. 이 아이들의 발복을 잡고 날지 못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이 아이들의 상상력에, 이 아이들의 미래에 날개를 달아주는 혜안을 제시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님들께도 교육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독후감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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