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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생의 오후 Aug 22. 2021

고마운 사람들

37년생, 세는 나이로 85세인 우리 엄마는 통장에 들어오는 연금액수를 보시며 늘 "효자가 따로없다, 이 연금이 효자다. 어느 자식이 나한테 이렇게 따박따박 돈을 주겄냐?" 다섯 자식을 38세부터 홀로 키우신 우리 엄마의 청춘을 생각하면 딸로써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나 살기도 바빠서 고생한 엄마에게 용돈 한번 풍족하게 드리지 못하는 것도 맘이 편하지 않다. 그런데 워낙 계산이 분명하신 분이라 자식한테서도 절대 공돈은 받지 않으시니 한편 감사하기도 하다. 직장에서 복지포인트로 나오는 전통상품권이라도 드릴라치면, 그것으로 이것저것 장을 보셔서 꼭 돌려주셔야 맘이 편한 우리 엄마이시다. 5분거리에 사시는 엄마집에 때때로 들러서 엄마의 신산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 이야기들 중 엄마의 연금 얘기도 몇번이고 반복되는 엄마와의 수다의 단골소재이기도 하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생활을 짊어지고 요즘말로 하면 싱글맘으로 다섯 남매를 키우신 우리 엄마의 형편은 노후의 엄마의 삶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 엄마의 나이 38세셨다. 엄마께서는 그 당시에 자식들 굶겨죽게 될까 그것이 가장 걱정이었다고 하시니 그 심정은 당해보지 않으면 알수 없지 않을까. 어린 자식들 먹여살리려고 배운 것도 없는 젊은 여자가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하는 와중에 보험하는 지인의 권유로 적은 금액을 쪼개서 들었던 연금보험이 있으셨단다. 자식 다섯을 키우는 싱글맘에게 적금을 해약할 이유는 얼마나 많았을까? 엄마도 돈이 필요해서 이 연금보험을 해약하러 가셨던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보험회사 직원이 "어머니 이 연금은 정말 어렵지 않으시면 해약하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힘드셔도 한번 버텨보세요."라고 해약하지 말라고 해서 생각을 고쳐먹고 그냥 두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정말 고맙게 생각이 되신다는 말씀이다. 내가 생각해도 보험을 권유해주신 엄마의 지인도 그렇고, 해약하지 말라고 권유한 보험회사 직원분에게도 감사한 맘이 든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노후에 매달 생활하시는데 보탬이 되고 자식들한데 의지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우리 인생에 큰 보움을 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감사하다고 뭐라도 보답하고 축복하고 싶어진다. 엄마가 자존감을 가지고 자식들한테 의지하지 않고 소박하나마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나도 교사를 하면서 이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애썼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블로그를 만들고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오면서 삶에서 배우고 느낀 작은 것들로 다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것만 같았던 젊은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오히려 나이가 드니 눈에 보이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삶에서 깨달은 지혜라고 할까? 이런 것들을 함께 나누며,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듬어나가며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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