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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Oct 04. 2016

제품이 아닌 '생각'을 전하는 가게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를 읽고

회사 선배의 추천으로 한남동 디앤디파트먼트를 방문했다. 

때밀이용 이태리타월부터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을 떠먹는 빨간 바가지까지.. 향토적이면서도 재미있었다. 일본 브랜드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우리나라의 향토적인 제품들을 팔고 있는 걸까. 흥미가 생겨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나에게 감동을 주는 브랜드

제작자의 생각이 분명한 상품이 있는 가게, 사회문제를 눈에 띄지 않게 숨겨서 얼핏 보기에는 부드러운 분위기이지만 알고 보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말 '좋은 물건'을 산 것임을 깨달을 수 있는 장소. [p31]
물건이 막강한 기세로 계속 생산되는 시대에는 자칫하면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자동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되어버립니다. '이름은 없어도 좋은 디자인'을 판별하는 일은 겉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따라야 하는 일입니다. 


호불호가 크지 않은 나에게 심장이 쿵- 내려앉을 정도로 강한 울림을 전한 브랜드가 몇 있다. 

츠타야, 에어비앤비, 그리고 디앤디파트먼트.


행여 이들을 모르는 독자들이 있다면, 다음 책을 추천한다.

츠타야 <매거진 B Vol.37 : 츠타야>,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에어비앤비 <매거진 B Vol.48 : 에어비앤비>

디앤디파트먼트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이들을 보며 '나도 언젠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언뜻 보면 무관해 보이는 이들 브랜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어떤 점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걸까? 세 브랜드의 공통점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1. 제품이 아닌 '생각'을 전한다.

츠타야 :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

에어비앤비 : 단순한 숙박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그곳의 삶'을 공유

디앤디파트먼트 : 제품이 아닌 '좋은 디자인'을 판매하는 가게


날마다 새롭게 탄생하는 제품들, 스타트업들을 볼 때마다 자신만의 철학, 중심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기술 및 수요의 표면적인 트렌드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나가면서도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만 그 색깔이 발현하여 결국 소비자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유행을 좇아 만든 제품은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기에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맹이가 없다면 오래갈 수 없으며 소비자에게 감동을 전할 수도 없다. 쉽게 만들어졌기에 가벼이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사연을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은 쉽게 판단하고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를 대하기 쉽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인생을 이해하고 그를 바라보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그 인생에 내가 공감하면 너무나 소중히 바라볼 수밖에.



2. '공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2015.09
'물건'과 '행위'는 정반대의 벡터를 갖는다. 물건은 사람을 '독점'으로 이끄는 데에 반해, 행위는 '공유'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다. 가령 커피를 생각해보자. 1인분의 커피를 두 명이 공유하려면 반씩 나눠야 한다. 이는 가치 저하의 수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카페라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행위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두 명 이상이 그 공간을 함께 함으로써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판매해야 할 것은 나누면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인가, 공유하면 가치가 높아지는 행위인가?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나는 공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일기장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브런치에 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친구 한 명이 내게 '보여지는 부분이 중요한 거야?'라고 물어봤는데, 글쎄.. 난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공유함으로써, 공감하는 사람들 혹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또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비단 연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다 보면 결국 서로의 삶까지도 공유하게 된다. 이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아왔고 그래서 지금의 이 사람이 있게 된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나에게는 너무 흥미롭다. 이러한 이유로 난 SNS를 끊을 수가 없다. (하하..)



3. 지역 경제와 함께 성장한다.

디앤디를 한다는 것은 '지역의 개성을 디자인 감각을 사용해 알기 쉽게 전하는 것'입니다. [p.56]
디앤디는 도쿄에서 시작된 동일한 체인점이 아니라, 같은 디앤디를 운영하는 전국의 사람들이 만드는 '지역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네트워크'입니다. [p.57]


츠타야, 에어비앤비, 디앤디파트먼트가 추구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에 대비되는 제품/서비스이다. 이들은 지역적인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역 경제와 함께 성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유일무이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삶의 터전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직업, 교육, 교통, 안전 등.. 나는 내 삶의 터전을 결정할 때, 그곳에서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태어났을 때부터 15년간 살았던 구미시 선산읍, 7년째 살고 있는 제2의 고향 대전, 6개월이라는 다소 짧은 기간 동안 머물렀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호주 멜버른. 내가 좋아하고 애정해 마지않는 나의 삶의 터전에, 미약하게나마 내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 물으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나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하는 모습들을 보며 조금씩 내 꿈을 그려나간다면 언젠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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