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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Oct 25. 2016

가상현실을 위한 UX

Jonathan Ravasz의 미디엄에 올라온 글 'Design Practices in Virtual Reality' 을 번역했습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가상현실 VR. 기술이 세간의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상현실을 디자인하기 위한 최적의 작업방식이 부재하다. 나는 학사과정 프로젝트에서, 가상현실 기술로부터 생기는 UI/UX 문제와 기회에 주목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예전부터 2D 스크린의 하드웨어 요건에 맞춰 디자인되었다. 디자이너는 컨텐츠와 내비게이션을 디스플레이 틀 안에 맞춰 넣고, 현실세계의 경험을 아이콘과 같은 UI 요소들로 변환해왔다(빌 모그리지 Bill Moggridge | IDEO). 가상의 환경을 2D 요소로 채우는 것은 가상현실이 주는 몰입감을 해친다. 가상현실을 위한 디자인은 2D 작업을 단순히 3D로 변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체계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내 연구는 인간의 인지능력과 환경을 탐구하는 문헌들을 근간으로 한다.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제임스 깁슨 James J.Gibson, 1979)

Inquiry by Design(존 지셀 John Zeisel, 2006)

The Poetics of Space(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1994)

환경 심리학 environmental psychology. 의 핵심 문헌이 70년대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완전히 가상현실에 해당된다. 


디자이너는 다른 분야로 전문 지식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심리학, 건축, 음향 디자인, 조명 디자인, 물리학과 같은 영역으로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가상현실을 구축함으로써, 사용자들을 가상의 공간으로 안내하고 완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를 통해 나는,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중립의 가상환경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발견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하나의 가상현실 경험을 디자인 및 개발했다. (구글 'Cardboard Design Lab' 앱과 비슷한 방식이다.)


다음의 용례는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굉장히 넓은 영역의 새로운 인터랙션과 솔루션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동시에 떠오르고 있는 혼합현실 MR. 기술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VR과 MR 간에 UI/UX 디자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기술은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접근법을 요한다. 


이 미래의 매체들은 앞으로 나올 컨텐츠에 달려있다. 현재 대부분의 VR 경험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가장 기본적인 시뮬레이션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붐이 가라앉은 후, 컨텐츠는 이 매체의 사양에 적응하게 될 것이다. 이 다가올 국면은 또다시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확고한 기반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VR을 위한 디자인 솔루션


지면의 역할

"파일럿이 구름 속을 통과하는 동안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기가 매우 쉽다. 파일럿이 구름 밖으로 나와서 지면과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을 보았을 때, 비로소 방향감각을 되찾는다."(제임스 깁슨) 사용자들은 형편없이 디자인된 VR 경험 안에서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멀미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지면과 지평선의 관계는 현실세계에서만큼이나 가상현실 안에서도 중요하다. 

지평선은 방향감각을 찾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대기 원근법

대기 원근법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의 축척을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험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 현상에 대한 개념은 간단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우리 눈에 보이는 공기와 입자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물체보다 선명하지 않고 더 푸르게 보인다."(브루스 골트슈타인 E.Bruce Goldstein) 배경에서 이러한 점진적인 퇴색(fading)은 거리와 깊이에 대한 명확한 단서가 된다. 

마사초 Masaccio.는 깊이감을 주기 위해 대기 원근법을 사용했다.


지형지물

제임스 깁슨은 그의 책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에서 지형지물을 8가지로 분류하였다.

지면(ground) : 주로 개방되어 있어 있지 않고, 어수선하며 복잡하다. 개방형 환경에서는 어떤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 있다. 반면 복잡한 환경에서는 입구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길(path) : 서로 다른 지형지물 사이에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보행자가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장애물(obstacle) : 충돌을 일으키는 동물 크기의 개체다. 

장벽(barrier) : 장애물의 특정한 종류로, 움직임뿐만 아니라 시야도 가린다.

물가(water margin) : 보행자의 이동을 막는다.

벼랑(blink) : 절벽의 가장자리로, 접근의 한계치다.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보행자는 이 곳을 회피한다.

계단(step) : 인접한 걸음의 배치로, 하강과 상승을 할 수 있다.

경사면(slope) : 지면의 질감과 각도에 따라 보행자의 이동이 가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형지물 : opening, path, obstacle, barrier, water margin, brink, step and slope.

가상현실을 디자인할 때, 이러한 지형지물들을 쌓기나무 블록처럼 정해진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직관에 자연스러운 VR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사용자에게 환경 소개하기

가상현실에서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이 갑작스럽고 압도적인 변화는 멀미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해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소개하기 위해, 처음에 그 장소에서의 잔잔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점점 커지게 하고 이미지를 보여준다. 소리를 통해 환경에 대한 심성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충격적인 요소를 줄일 수 있다. 

La Jetée (1962) 영화에서 사용된 사운드스케이프가 공간에 대한 심상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물체를 활용한 가이드

복잡한 환경에서 전통적인 길안내 UI 없이 특정한 길로 사용자를 안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경험의 몰입도를 깨뜨릴 수 있다. 환경에서의 미묘한 변화, 예를 들어 올바른 길로 사용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길목 어귀에 꽃이 피어나는 변화와 같은 것들은 여전히 그 곳의 현실감을 유지한다. 이러한 힌트는 반드시 맥락이 있어야 한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다면, 꽃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 Firewatch 에서 붉은 꽃은 플레이어에게 올바른 방향을 알려준다.


맥락있는 레티클

트래킹이 되지 않는 HMD(기어VR, 구글 카드보드)에서는, 사용자가 응시하고 있는 특정한 지점을 보여주기 위해 레티클이 사용된다. 초점의 중심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가 공간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준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물체와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사용자가 수행하는 작업에 따라 레티클은 특정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기본 상태(idle) :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의 레티클은 가능한 작아야 한다. 중심이 어디인지 힌트만 주는 정도다.

이동 상태(movement) :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때 레티클은 활성화된다. 레티클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투사되는 원의 형태로, 선택한 영역을 밝히는 커다란 포인터로 변한다. 

기본 상태와 이동 상태에서의 레티클 차이

물체와의 상호작용 :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체로 초점이 맞춰지면 레티클은 그에 맞춰 반응해야 한다. 

기본 상태와 상호작용 가능한 레티클 사이의 전이

레티클의 색깔 : 레티클의 색깔은 배경의 조도(brightness level)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밝은 환경과 어두운 환경 사이를 오고 갈 때, 모든 조건에서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레티클로써의 물체 : 레티클을 특정한 3D 물체로 대체하면, 상호작용 가능한 물체를 알려주는 쉬운 단서가 될 수 있다. (자물쇠를 열 때 열쇠는 레티클이 된다.)

특정 상호작용을 위해 3D 물체로 대체된 레티클


인터랙티브한 물체

모든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힌트가 주어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맥락있는 레티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상호작용 가능한 물체들 또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물체를 바라볼 때 물체의 밝기 변화라던가, 행동을 묘사하는 미묘한 음으로 나타낼 수 있다.

바라보면 활성화되는 인터랙티브한 물체


결론

가상현실은 과거에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가져온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기존의 솔루들을 당연하다고 믿지 않고, 인터페이스/경험/인터랙션 디자인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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