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스트레스 : 나를 괴롭히는 숫자 '1'
문자에서 카톡으로 넘어오면서 뭐가 달라졌나 싶지만, 생각해보면 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문자 시절에는 한 달에 보낼 수 있는 문자 수가 정해져 있고, 문자 한 통에 담을 수 있는 내용도 최대 50글자였다. 꽉꽉 채워 보내기 위해 띄어쓰기를 생략했고, 문자를 보내기 전에 몇 번이나 다듬어서 보냈다. 불편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름대로의 감성이 있었던 것 같다.
카톡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초기 기획자는 알고 있었을까? 숫자 '1'이 우리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할 줄이야.
읽음 표시를 넣은 건 획기적인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메시지를 읽는 입장이 되면 어떨까?
이메일에는 읽음 표시를 안 읽음으로 바꾸는 기능이라도 있다. 그러나 카톡에서는 내가 메시지를 읽었다는 사실이 실시간으로 알려져 돌이킬 수 없다.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를 왜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하는가. 내가 메시지를 읽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지 않을 권리도 있지 않은가?
'읽씹'이라는 말이 있다.
'읽고 씹기'의 준말로,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답장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수많은 친구관계, 연인관계가 실제로 이 '읽씹'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카톡을 읽고도 바로 답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걸까? 원치 않는 관계의 지속, 원치 않는 대화의 생성, 그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알람. 이 관계는 이미 일방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