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 온 셀리는 찌개를 자주 해 먹는다. 어제저녁엔된장찌개 비슷해 보이는 것을 만들어서 나와 하루카에게 맛보라고 접시에 조금 덜어주었다.
이거 먹어봐
매운데 맛있네~ 타이 음식이야?
아니 중국음식이야
셀리가 나눠준 그 찌개는 된장맛도 조금 나는 같은데 매워서 칼칼하니 마라탕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 매운 음식 킬러인 내 입맛에도 딱 맞는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알고 보니 타이와 중국은 비슷한 문화권이니 타이사람들은 중국음식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셀리는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다면서 마라탕 맵기 단계를 5로 해서 먹어도 끄떡없다고 한다.
생강, 칠리어니언, 고추기름, 간장, 고추장은 필수로 구비해놓은 셀리. 누가 봐도 맵고 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냉장고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셀리는아몬드가 묻힌 김 과자인데 후식으로이것도 먹어보라며 건네주었다.
김과 아몬드의 조화가 신기해 한입 베어무니 달고 짭짤하니 단짠이라면 환장하는 한국인스러운 내 입맛에 딱 맞는 과자였다.
방에 들어와서 seweed almond snacks으로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김스낵"이란 이름으로 여러 가지 맛으로 개발되어 팔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김스낵이 있다.
일본의 김과자
이쯤 되니 김스낵이 과연 어디서 먼저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래서 문화가 비슷하면 역사문제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만약 문화가 아예 다른 인종들끼리 살았더라면 음식에 대한 문화차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K 한식 열풍으로 미주 지역에서 붉닭볶음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게다가 최근에는 삼각김밥 열풍까지 불어백인, 라틴계 산모들에게도 미역줄기무침, 미역국이 인기라고 하는 뉴스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역은 특정 인종들에게는 선호도가 떨어지는음식이었다.
2009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백인룸메이트들과 같이 살았을 때였다. 모두가 음식을 해가는 파티인 Potluck때 김밥을 해서 친구집에 갖고 갔는데 미끄덩 거리는 식감에 구역질 난다며 김밥의 김을 다 떼고 먹다가 야채까지 못 먹겠다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서양친구들의 모습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동양인이 다른 인종들보다 월등히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태어난 나라가 언어, 성격은 물론이고 식성까지 좌우하니 출신국가가 사람의 운명의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문화가 비슷한 현재의 룸메이트들과 살면서 누군가와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되었다.
언어장벽으로 자칫 외로울 수 있는 해외생활 속에서 입맛이 비슷한 친구들이랑 살면서 함께 요리하는 재미를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임에 틀림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