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집에 들어오고 며칠 후 일본인 룸메가 들어온다고 주인아줌마가 단톡에 공지를 했다.
일본인이라고? 일본인이라고 하면 뭔가 같은 아시안이지만 얌전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심하게 개인주의적인 이미지가 있다.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조용하고 숫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자마자 먼저 우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일본 친구의 모습에 호감이 갔다. 다음날 아침 거실에 나가보니 빼빼로를 다 같이 나눠 먹으라며 냉장고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과자하나 주고 나눠먹으라고 메모까지 정성 들여 남겨면서 우리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하물며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후로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여자 6명이 모여 산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오늘은 하루카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일본인 룸메이트하루카는 나와 공통점이 많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는 점, 생일이 똑같다는 점이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 스타트업 기업에서 1년 동안 일을 한 경험도 있다. 한국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겨울연가를 5번 넘게 보고 요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푹 빠져있다.
며칠 전 하루카가 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한식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불고기를 지글지글 볶고 콩나물, 시금치, 가지, 마지막으로 계란을 올려 맛있게 보이는 비빔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일식 외에도한국음식도 자주 만들어먹는 하루카는 김치찌개도 자주 해 먹는다.
하루카가 만든 콩나물 김치찌개. 나도 조금 맛보았다.
하루카가 요리하는 것을 보고 배가 고파왔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냉장고에는 두부, 양배추, 김치, 당근, 계란, 양파 등이 있었다.한식이 제일 간단하고 하기 쉽다는 이유로 그동안에는 카레, 미역국, 된장국, 김치찌개를 많이 해 먹었다.오랜만에 한식이 아닌 다른 색다른 음식을 해 먹어 볼까 생각해 보았다. 순간며칠 전 하루카가 베트남 쌀국수를 만들어 먹은 게 생각이 났다.
하루카의 냉장고 칸에 있는 쌀국수 베이스
평소엔 한국음식만 만들어먹었는데 이번에는베트남 쌀국수 pho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다닥 나가서치킨 베이스 묶은 수프와 쌀국수를 사 왔다. 돌아오니 하루카는 스파게티 국수를 삶고 있었다.
너도 오늘 쌀국수 만들어 먹으려고?
응! 전에 네가 괜찮다고 하길래~ 나는 다른 맛으로 수프 샀어
면을 끓이고 브로콜리와 새우를 넣고 20분 정도 경과 후 베트남 쌀국수가 완성되었다!
앞에서 계속해서 파스타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하루카가스리라 챠 소스를 건네주면서 물어본다.
쌀국수 맛 어때?
스리라 챠 소스도 넣고 굴소스 몇 방울도 넣어봤지만 100% 가 채워지지는 않는 애매한 맛이었다.
맛은 있는데 좀 밍밍하네. 물을 많이 넣었나 봐
부푼 기대감으로 만들었지만 내가 한 요리에실망한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하루카가 말했다.
김치랑 같이 먹어봐
맞아! 김치가 있지!
하루카의 제안에 무릎을 탁 치며 김치를 꺼내서 국수에 넣었다. 김치를 넣으니 칼칼하니 속이 시원해지는 맛으로 탈바꿈되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국물이다.
쌀국수가 칼국수가 되었네 ㅎ
맞아 나도 쌀국수 알아!
베트남식이 한식이 되었다면서 웃음이 터진 나와 하루카.
너도 김치 먹을래?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준 하루카에게 꺼낸 김치를 같이 먹자고 했다.
노 땡큐 나는 이탈리안 스타일을 유지하게 해줘ㅋㅋ
그렇게 우리는 깔깔거리면서 저녁 식사를 했다.
하루카가 나눠준 이탈리아 파스타
먹는 것에 진심인 것도 우리의 공통점이다
한식다음으로는 일식 > 중식을 좋아하는 나. 하루카가 내가 좋아하는 오코노미야끼를 만든 날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아직 데코레이션을 안 했다면서 각종소스를 가져와 뿌리기 시작한다.
짜잔~! 자 이제 사진 찍어봐
소스 위에 가쓰오부시를 뿌리니 한 끼 식사가 완성되었다.
Mbti에 관심 많은 것도 우리다 가진 공통점이다. 천방지축 김성충만한 ENFP 소녀 하루카. 가끔 이런 식으로 사소한 것에 세심한 배려심을 보여준다. 내가 하루카를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