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없어도 손톱은 있다
지금 사는 곳은 여자 6명이 사는 집이다. 보통 일이 끝나고 6시 이후에 퇴근 후 삼삼오오 집으로 모여든다. 보통 제일 늦게 집에 돌아오는 애는 베트남 룸메이트 졸리다. 평소 자기가 일하는 곳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데 일에 대한 열정이 상당히 강한 친구다.
“혹시 긴 손톱으로 꾸미고 싶지 않아?”
“당연히 꾸미고 싶지!”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최근 몇 년간 내 손톱은 그 어떤 낭만도 없는 짧디짧은 생존형 손톱이었다.
졸리는 네일숍에서 일한다. 이제 6개월 차라는데, 긴 손톱 아트 테스트를 보고 나서야 사장이 계속 고용할지 말지 결정한다는 거다. 나는 어두운 빨강이나 초록색을 하고 싶다고 했고, 졸리는 바로 말했다.
“내일 우리 샵 와. 공짜로 해줄게.”
퇴근 후 바로 졸리의 샵으로 갔다. 그리고 무려 한 시간 반 동안 손을 맡겼다.
결과는? 두둥.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제대로 된’ 네일아트였다.
손톱만 바뀌었는데도 꼭 새 사람으로 환생한 기분이었다. 너무 예뻐서 졸리에게 칭찬을 퍼붓고는 카드를 꺼냈다.
“얼마야?”
“테스트니까 안 받아. 괜찮아.”
“진짜? 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집 가서 소마야한테 보여줘. 일요일에 걔 것도 해줄 거니까.”
그 순간, 아, 이게 바로 자본주의와 우정이 손을 잡는 소리구나 싶었다.
“예쁘게 꾸미는 거 싫어하는 여자가 있을까?”
졸리가 뿌듯하게 내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캐나다에 와서 화장은커녕 옷도 거의 안 샀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방치해둔 건 사실 ‘여자다움’이라는 감각 자체였다.
왜 사람들이 돈 주고 손톱을 치장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손톱이 화려하게 정돈되자, 내 안에서 잊고 있던 여성스러움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거 손톱 한 번 칠했다고 갑자기 샤넬 옷 입고 싶어지는 심리, 뭘까.
집에 돌아오자 룸메이트들이 모여들었다.
“너무 완벽해 보이는데?” “이제 이 집에서 네가 제일 화려한 여자네!”
“이제 샤넬 옷만 입어야겠다.”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여자 여섯 명이 깔깔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손톱 길어지면 또 얘기하라던 졸리는 내 손을 보고 자기가 더 뿌듯해했다.
연말로 달려가는 요즘, 캐나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은 점점 차가워진다. 그런데 빨간 손톱을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따뜻해졌다.
손톱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 집의 공기도 살짝 바뀐 것 같았다.
결론: 네일은 손톱을 꾸미는 게 아니라, 우정을 칠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 집에서 가장 화려한 여자가 되었다.